본문 바로가기
컬쳐리뷰/책 리뷰

요즘 읽은 동화들 - 어느 날 걱정나무가 뽑혔다 외 2권

by 밀리멜리 2024. 3. 17.

반응형

요즘은 동화책에도 흥미가 생겼다. 수영장 옆에 도서관이 하나 있어서, 수영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간다. 두께도 얇고 그림도 있는 어린이 동화책이 딱 마음에 든다.

 

 

여행에 대하여 (Du voyage, 뒤 보야지)라는 동화책이다. 엄마와 단 둘이 허름한 집에 사는 주인공은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된다. 처음 간 학교에는 낯설고 이상한 사람들뿐이지만, 주인공은 천천히 학교의 나무, 친구, 선생님에게 별명을 붙이며 그들을 알아간다.

 

동화책 치고 꽤나 분위기가 우울하다. 결말은 희망적이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학교 들어가기 전에 감정적으로 많은 일을 겪은 것 같다는 걸 암시하는 상황들이 나온다.

 

 

삽화가 정말 예뻐서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다음으로 릴루 시리즈도 즐겁게 읽었다.

 

 

1권은 학교 연극부에 등록하는 이야기, 2권은 연극부에서 캐스팅되어 영화를 찍은 이야기, 3권은 휠체어농구를 시작하는 이야기다. 릴루는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매력적이어서 이야기 진행도 시원하다. 릴루가 휠체어를 타면서 겪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챕터마다 프랑스어 속담표현을 배울 수 있고 문장구조가 복잡하지 않아서 쉽게 읽힌다. 이번 글쓰기 시험을 준비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내친 김에 한국어 동화책도 읽었다.

 

«어느 날 걱정나무가 뽑혔다»라는 환경동화다.

 

 

한국어책은 대부분 전자책으로 읽는다. 이 동화책의 삽화가 마음에 드는데, 전자책에는 흑백으로 나와서 좀 아쉽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골 마을에 사는 상아와 친구들은 자연 건강 마을이 개발되는 소식에 충격을 받고, 마을의 소중한 커다란 나무가 뽑혀 사라지는 것을 보며 걱정에 사로잡힌다. 마을 사람들은 편을 갈라 자연보존과 개발을 각자 주장한다. 아이들도 편이 갈리고, 이 주제로 토론을 하기도 한다. 결국 수리부엉이가 사는 곳은 개발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상아와 친구들은 수리부엉이를 보호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동화책에 나오는 어른들이란 대부분 그렇게 믿음직하지 못하다. 그래도 어른의 입장에 이입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악당의 편인 개발 입장도 생각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악당과 주인공 편이 갈라져 있긴 하지만, 나는 자연보존과 개발을 둘 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커다란 걱정나무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든지. 조형물을 설치하고 공원, 카페 등을 주변에 만들어서 조용하고 쉬는 공간으로 만들고... 수리부엉이 서식지는 경계를 정해 주변에 둘레길을 만들고 수리부엉이가 산다는 걸 알리는 것도 좋겠지. 무조건 싹 밀고 건물을 짓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작가는 어느 개발업자가 "수리부엉이가 개발에 가장 큰 적이다"라는 말을 듣고 이 동화를 지었다고 한다. 작가에게는 지나가는 한 마디도 동화 한 편을 탄생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구나.

 

어른이 되어서 동화책을 읽어서 그런지, 학생이 아니라 개발업자나 선생님에 이입하게 된다. 여기 나오는 개발업자랑 선생님 완전 꼴불견인데!

 

내가 12년이나 선생님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잠깐, 내가 그렇게 오래 선생님을 했나?? 한국에서 과외한 것, 영어 가르친 것, 캐나다에서 한국어 가르친 걸 합치니 그렇게 되네...

 

그러고 보니 선생님 일을 그만두고 나서도 여기서 공무원으로 여전히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다음 직업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게 운명이라면 그렇겠지. 동화책 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