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달리기 세션에 참가했다.
거의 한달만에 가는 거라서 뭔가 민망하다. 쭈뼛쭈뼛 가서 코치에게 다가가 인사하니 묻는다.
"오랜만이네! 바캉스 다녀왔어?"
"아니요, 그냥 바빠서..."
"바빠서? 으흠?"
"하하, 이제라도 다시 시작하려고요."
바쁜 건 사실이지만 뭐 점심시간까지 희생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야근을 하더라도 점심은 먹지!
아무튼 다같이 스트레칭을 하고 살짝 뜀뛰기를 하며 몸을 풀었다.
몸풀기까지는 재밌는데, 그런데!
"오늘은 1킬로미터 기록을 재겠어요."
하는 코치의 말씀...
아아... 저번 삡 테스트 때 너무 지쳤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또 오늘은 기록을 잰단다. 기록을 잰다고 하면 또 왜인지 모르겠지만 무리를 한다. 이번엔 그냥 최대한 마음놓고 기록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5, 4, 3, 2, 1, 고!"
누가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대? 나는 맨 앞 성큼성큼 달리는 키 큰 남자를 따라서 막 달렸다. 다른 사람 쫓아서 달리면 페이스 유지하기 힘든데...
평소 뛰는 페이스는 항상 걷는 듯 뛰는 듯 천천히 달리는 편이라서, 이렇게 또 막 달리는 건 지난 삡 테스트 이후로 처음이다.
결국 400미터 왔을 즈음부터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숨이 차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달리다가 마지막에는 지치고 숨이 달려서 얼굴이 또 빨개졌다.
달리기에서 제일 좋은 순간은 딱 마치고 숨을 돌리는 순간이다.
기록이 4분 30초정도가 나왔다. 5분을 넘지 않았으면 잘 한 것 맞군!
마무리 달리기를 할 때에는 길에서 이사벨을 만났다. 누군가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었다.
"안녕, 이사벨!"
"어, 안녕! 너도 밖에 나왔구나. 달리기 하는 중이야?"
"네, 맞아요. 그룹 달리기예요."
"아하. 소개할게, 내 파트너 스테파니야."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반가워요."
"하하, 우리는 달리는 대신 비스킷을 먹었는데."
"좋죠. 저도 이따가 뭘 더 먹고 싶어지네요."
스테파니와 반갑게 악수를 하고 살짝 인사를 했다. 어쩐지 둘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뛰고 나니 그래도 몸이 개운하다.
수요일 달리기 놓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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