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컬쳐리뷰/책 리뷰

독후감: 닥터 도티의 마술가게 (Into the Magic Shop)

by 밀리멜리 2024. 5. 26.

반응형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라는 책 추천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이 이 책을 읽고 'Magic Shop'이라는 노래까지 썼다던데? 나는 한국책은 모두 밀리의 서재로 보고 있어서 검색해 봤는데, 이 책이 목록에 없었다. 알라딘에서 이북을 살까 하다가 도서관 BANQ에서 검색을 해봤다. 영어 버전이 '대여 가능'으로 뜬다.

 

하... 영어로 읽어? 원서로 읽는 건 너무 오래 걸리지만 일단 빌려보기로 했다.

 

이게 벌써 두 달 전 일이다. 두 달이 걸려서도 반도 못 읽었다. 그러다가 결국 다른 사람이 예약신청을 해서 더 이상 대출기간을 연장할 수가 없었다. 오늘이 반납기간 마지막 날.... 다 읽어 보자!

   

 

스탠포드 대학의 뇌신경외과 의사인 닥터 짐 도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가 왜 뇌의 신비와 심장의 연관성을 연구하게 되었는지  말해주는 책이다. 나는 책 제목 때문에 이 책이 소설인 줄 알았는데, 도서관에서 빌릴 때 보니 자서전 코너에 있었다. 이 책은 자서전이다!

 

이야기는 그가 어렸을 적부터 시작한다.

 

12살의 짐은 집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날 두려움에 시달렸다. 아빠는 알코올중독에, 엄마는 끊임없이 자살시도를 했다. 그는 도무지 집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두려움과 긴장 속에 살아가던 작은 소년은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마술 가게'를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짐은 현명한 여인 루스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삶을 바꾸는 마술을 배우게 된다.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어지게 만드는 마술이다.

 

짐은 매일매일 꾸준히 그 마술을 연습했다.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게 많았지만 어쨌든 꾸준히 했다. 6주간의 연습이 끝나고 나서야 루스는 이루고 싶은 소원이 무엇인지 묻고 그걸 종이에 적게 한다.

 

집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 의사가 되는 것, 성공해서 백만장자가 되는 것 등등을 소원으로 적는다.

 

루스가 가르쳐 준 마술은 결국 이 모든 것을 실현시키도록 도와주었다.

 

이 마술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꾸준히 연습할 것, 그리고 배운 것을 언젠가 남에게 다시 가르쳐 줄 것.

 

 

나는 특히나 짐이 의대에 입학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읽었다. 루스의 마술은 짐의 삶을 바꾸도록 도와주었지만, 짐의 환경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짐이 성인이 되고 나서도 아버지는 여전히 알코올중독이었고, 어머니는 그때까지도 자살시도를 반복했으며, 소원이 이루어져 집에서 쫓겨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가난했다. 학점이 좋지 못한 건 당연했다.

 

의대에 입학원서를 낼 시즌이 되었지만, 학점이 너무 낮았다. 커트라인은 3.8인데 짐의 학점은 2.5였다. 모두가 그 성적으론 의대에 입학할 수 없다며 고소해하거나 시간낭비 하지 말라며 무시했다.

 

그렇지만 짐 자신만은 흰 가운을 입고 의사가 될 수 있음을 믿었다. 아니,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타인의 판단에 맡겨버린다. 루스가 나에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은 바로... 나 자신을 믿는 능력, 그리고 모두가 내가 성공하길 바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반응하지 않는 능력이다.

Into the Magic Shop 중. - James R. Doty M.D.

 

아무리 상황이 절망스러워도, 모두가 안 된다고 해도, 스스로를 믿고 타인의 기대치에 반응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짐은 결국 의대에 합격하고, 군의관이 되어 학비까지 모두 한방에 해결한다. 군의관 생활 후에는 너무 잘 성공해 백만장자까지 달성한다. 너무 쉬운 거 아니냐고? 그래서 마술 아니겠는가!

 

짐은 의대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의과 과목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는, 어린이 뇌수술을 집도하는 뇌신경외과에 지원한다. 공부할 것도 많고 수련할 것도 많은 인턴-레지던트 생활에서, 그는 루스가 가르쳐 준 마술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나 외과수련의의 엄청난 스케줄 때문에, 동료들과 술로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한다. 이쯤부터 짐은 루스의 마술을 점점 잊기 시작한다. 그는 술을 마시며 아버지가 알콜중독이었다는 사실을 문득문득 떠올리지만, 동료들과 함께하는 뒤풀이에 빠질 수는 없다. 어느 날, 그렇게 술을 마시다 교통사고가 난다.

 

이 사고로 짐은 자기가 일하는 병원의 응급실로 실려 온다. 혈압이 너무 낮아져 바이탈 기계에 측정이 안 될 정도인 걸 보고, 의사의 눈으로 내출혈이 생겼다는 걸 짐작한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몸이 붕 뜨는 걸 느끼고, 자신의 몸을 위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순간적으로 체험했다. 의사들의 두려움, 다른 환자들의 살고 싶다는 외침, 괜찮을 거라고 다독여주는 간호사...  그들의 마음속 외침과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얀빛을 보며 모두가 하나임을 느낀다. 임사체험을 한 것이다.

 

 

이후 짐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의사가 된다. 성공가도를 달리며 대저택과 포르셰를 비롯한 차를 몇 대씩 보유했다. 7천5백만 달러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뉴질랜드에 섬을 하나 살까 하는 와중에 그의 삶이 뒤집히는 일이 생긴다.

 

닷컴버블이 터지고, 그의 모든 재산이 휴지조각이 되어 파산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한순간에, 모든 재산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백만장자에서 빚더미에 앉아버린 닥터 도티. 그는 어떻게 했을까?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짐은 다시 루스의 마술로 되돌아온다. 루스의 마술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마음을 연다'는 부분이었는데, 몇십년이 나서야 그는 비로소 마음을 연다는 게 무엇인지 깨닫는다.

 

파산 후, 그는 이전에 재단에 기부하려고 했던 백만달러가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기부 서류를 처리하지 않으면, 짐은 다시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마음을 열고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는다. 백만장자가 아니라,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는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기부하려고 했던 백만 달러는 고스란히 기부하기로 결정한다.

 

그는 다시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어 이번에는 연구에 몰두한다. 연민, 사랑, 친절이라는 감정이 사람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뇌와 심장은 어떻게 서로 소통하는가? 타인과의 관계는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는 연구소를 짓고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는 등, 진정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하기 시작한다. 연구소를 짓는 데 필요한 투자금이라든지, 달라이 라마 같은 명사를 초대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닥터 도티는 루스가 말했던 대로, 이 마술을 남에게 전달해줘야 한다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그는 테드나 구글에서 강연을 하며, 루스의 마술을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해놓고 있다. (https://www.jamesrdotymd.com/) 

 

Home | James R Doty

Here you can find more information about James R Doty, my podcasts, my app happi.ai, CCARE Stanford and my books Into the Magic Shop and Mind Magic.

www.jamesrdotymd.com

 

루스의 마술은 연민 명상, 마음챙김 명상, 감사 명상, 시각화 명상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며 눈물 한 방울을 흘리기도 했고, 정신없이 그의 삶에 빠져들기도 했다. 좋은 책이라 추천한다.

 

영어로 이 책을 읽느라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좀 지치긴 했다. 그래서 나도 따라서 소원목록을 작성할 때 'Into the Magic Shop' 끝까지 읽기를 적어 놓았다. 결국 이루어졌네!

 

이제 나는 나의 다른 소원들도 이루어질 것을 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