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레티아1 셰익스피어, <루크레티아의 능욕> - 연옥과 지상의 사이에서 누군가는 글을 쓰는 행위가 심리치료보다 더한 치유를 선물한다고 했다. 나는 그걸 믿어보기로 한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이상하게도 나는 캄캄한 나락으로, 불 같은 연옥을 지나, 소용돌이같은 심연의 슬픔에 빠진다. 심연이 시작되는 곳, 림보에서 능욕을 당했던 루크레티아가 허우적거린다. 아름다운 루크레티아. 그녀의 피부가 너무도 희고 투명해서 피가 푸르게 보인다고 했다. 푸른 피는 셰익스피어의 노래를 거쳐 고결해지고, 블루블러드는 고귀함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루크레티아는 언제쯤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원전 509년, 고대 로마의 왕자 섹스투스는 전쟁터에서 귀족, 장군들과 연회를 벌이고 서로 자신의 부인이 가장 정숙하다고 자랑한다. 장군 콜리타누스는 자신의 부인이 가장 정숙하다고 자신하며, 왕자와 내.. 2020. 10.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