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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226

출산휴가 간 동료, 아기와 점심식사 마리와 크리스틴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마리는 출산-육아휴직 중이고, 크리스틴은 북쪽 사무실로 이사를 가서 정말 오랜만에 본다.   장소는 푸틴빌.  푸틴은 감자튀김과 치즈를 소스에 적셔먹는 퀘벡 음식이다. 나는 푸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샌드위치를 시켰다. 푸틴도 맛있는 곳에서 파는 건 엄청 좋아하지만, 푸틴빌은 뭐 무난하다고 하겠다.  보통 감자튀김, 치즈는 기본으로 들어가고 그 위에 야채나 고기류를 얹어 먹는다. 메뉴 중에 Le lendemain d'brosse라는 걸 보고 크리스틴이 고민한다. "렁드맹 드 브로스... 이거 양이 많으려나?""당연히 그렇겠지, 이름을 봐!""왜? 이게 무슨 뜻인데?" lendemain은 다음날, brosse는 브러쉬라는 뜻.. 2024. 4. 26.
변덕스러운 눈 내리는 아침과 더블 까스껫 눈이 오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아침에는 그냥 비가 왔는데, 언제부터인지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봄은 봄인데, 눈 내리는 봄이다. 엄청 커다란 함박눈이 마구마구 내린다. 그래도 땅에 닿자마자 녹는다.  눈이 두시간 넘도록 왔다는 사실... "나디아! 눈 오는 거 봤어?""봤어! 난 내가 꿈꾸는 줄 알았다니까?" 사실 4월에 눈이 내리는 건 퀘벡에서는 흔한 일이라서 퀘벡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다. 우리 사무실에서 이민자인 나디아와 나만 호들갑 떠는 것 같다. 알제리와 한국에서는 벌써 반팔을 입는다고 하던데! 눈이라니요!  오늘은 산책도 안 나갔다. 나가려고 요 앞에 잠시 걸었는데, 패딩을 안 입고 얇은 비옷만 입고 왔더니 넘 추워서 다시 돌아왔다. 목도리를 하고 와.. 2024. 4. 25.
간호사의 은퇴축하파티 오늘은 간호사 나탈리의 은퇴파티가 있는 날이다. 나탈리와는 산부인과 병동에 놀러 갔을 때 두어번 같이 밥을 먹은 적이 있다. "자, 은퇴하면 뭐 할꺼야?" "일단 여행을 가야지. 9월에 영국과 스코틀랜드에 갈 거야." "아, 9월 좋지. 일단 내일은 뭘 할꺼야?" "실컷 잘 거야. 11시까지 자야지." "은퇴 축하해!" 팀원들이 케익과 선물, 꽃다발을 준비했다. 팔찌 선물을 받고 눈물을 살짝 흘리는 나탈리. 출산휴가를 떠났던 간호사 페넬로페도 아기 플로랑스와 함께 들러서 나탈리를 축하해 주었다. 은퇴할 때 동료들이 이렇게 축하해주면 좋을 것 같다. 커다란 케익을 나눠먹었다. "나디아, 은퇴하면 어떨지 상상이 가?" "아, 정말 하고 싶지. 지금이라도 바로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일 안해도 월급이 딱딱.. 2024. 4. 24.
오랜만에 이력서를 업데이트했다 오늘 나디아와 공원 산책을 하다가 새로운 직무 공고 기간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1년에 공고기간은 4~5번 정도 있는데, 나는 그냥 여기 일이 익숙하기도 하고 (이 일이 익숙해질 줄이야...), 컬리지 갈 생각에 다른 곳에 지원할 생각을 별로 못 했다. 그렇지만 나디아는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아, 일이 정말 안 끝난다. 날은 이렇게 좋은데! 밖에서 피크닉하기 딱 좋겠다." 나디아가 일하는 산부인과 병동은 워낙 어렵고 바쁘다. 사람이 부족하니 뭐 어쩔 수 없지. 게다가 나디아는 아직 정규직이 아니어서 휴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옮길수록 나디아에게 유리하다. 나는 예전부터 행정 스페셜리스트 자리가 탐이 났는데, 면접도 봐야하고 직무 요건도 만족하는 시험도 봐야 해서 그냥 별 .. 2024. 4. 18.
남의 부서 사무실 구경하러 가기 쉬는 시간에 루이를 만났다. (그런데 이름이 루이가 아닐 수도 있다...) 루이는 아프로비지옹 부서에서 일하는데, 아프로비지옹이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물건 조달? 공급처? 아무튼, 루이는 곧 결혼을 한다고 해서 축하를 해주었다. "결혼 준비 어때요?" "아, 조금 긴장되기도 하고. 이사도 할 거라서 돈도 많이 썼지." 루이는 말이 빨라서 좀 알아들을 때가 많다. "결혼식에 내 엑스랑 또 다른 엑스가 올 거거든." 역시 퀘벡은 뭔가 다르다. 루이의 엑스가 전여친인지 전부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기 문화는 참 쿨해. "이번에 우리 사무실 싹 바뀌었는데. 탕비실도 좋고, 사무실도 다 싹 모던하게 바뀌었어. 명상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오, 명상할 수 있는 곳도 있어요? 가보고 싶다! 나.. 2024. 4. 13.
봄이 왔다! 점심시간 호수공원 산책 - 다람쥐와 오리 오늘은 완전 봄날씨다. 눈이 다 녹고 나니 파란 잔디가 조금씩 나고 있다. 날씨도 따뜻하니 샌드위치 하나 가지고 와서 먹어도 좋겠다. 땅콩을 조금 챙겨들고 산책을 나섰다. 땅콩을 가지고 나오면 다람쥐들에게 둘러싸여 디즈니 공주님이 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ㅋㅋㅋㅋ 이 호수는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쓰이다가 봄에 눈이 다 녹으면 바닥까지 싹 긁어내고 청소한 다음 또 물을 채워준다. 그래서 항상 예쁜 호수! 올해 처음 보는 오리다! 열심히 먹이찾는 오리들 ㅋㅋㅋ 여기서 가만히 오리를 보고 있으니까 멀리서 짹짹거리는 새 소리가 들린다. 점심시간에 이렇게 휴식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땅콩을 꺼내드니 역시나 모여드는 다람쥐들 ㅋㅋㅋ 하나 던져주면 두 손으로 꼭 잡고 땅콩껍질을 열심히 까서 먹는다. 더 없어?.. 2024.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