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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228

산부인과 병동의 하루 출산 병동이 문을 열고, 벌써 꽤 많은 아기가 태어났다. 출산 병동과 내 사무실은 복도 하나 차이로 가깝다. 사무실에 있으니 아기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가끔은 병동을 지나다 신생아 울음소리를 듣기도 한다.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이렇게 우렁찬 줄 몰랐다. 온 힘을 다해 우는 소리다. 오늘 아침은 사무실 환기통으로 누가 소리지르며 아파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상하게도 내 사무실에서만 들리고 복도로 나오자마자 들리지 않는다. "어떤 여자가 소리치는 거 들리는데... 혹시 오늘 출산하는 환자 있어?" "응, 있어, 있어! 아침 열 시에 아기 하나 태어났어." "오, 그렇구나!" 그래서 아기 엄마가 출산을 하는 줄 알았는데, 다들 내 사무실과 병동이 너무 떨어져 있다고 아기 엄마일 리가 없다고 한다. "아기.. 2024. 3. 13.
못 알아들었는데... 꾸쉬꾸쉬가 뭐야? 드디어 우리 병원에 출산 센터가 생겼다. 2년 전부터 출산 센터를 연다고 했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이번주에야 겨우 개원 했다. 대부분은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미뤄진 거였다. 특히 간호사가 부족한데, 그래서 그런지 출산 센터의 간호사들은 이민자들이 많다. 오늘은 출산센터 휴게실로 가서 간호사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래서, 이제 개원하니까 어때?" "좋아, 좋아. 다들 기대하고 있었어. 오랫동안 대기상태였으니까 기다렸거든. 오전에 산모 하나 입원했고, 저녁에도 한 명 더 입원할 거야. 한 명은 자연분만이고, 한 명은 제왕절개인데... 누가 먼저 낳을지는 아무도 모르지!" "와, 누구든 내일이면 낳겠네. 우리 병원에 첫 아기겠네?" "그렇지!" 그러다가 다들 너무 말이 빨라지고 전문용어들이 나와서 잘 못 .. 2024. 2. 22.
바쁜 것도 전염이 되나? 어제는 참 이상한 날이었다. 출근하러 집밖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파트 관리인 산드로를 만났다. 예전에 산드로하고 이야기할 때는 영어로 이야기했는데, 요즘은 프랑스어로 이야기한다. "봉주 산드로! 잘 있었어?" "오, 소영! 잘 지내지, 그럼..." 하는데 산드로의 눈가가 뭔가 촉촉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라서 잘 지내는 것 같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무슨 일 있는 것 같은데... 괜찮아?" "사실 아래층 아파트에서 불이 났어. 그래서..." "불이 났다고? 난 하나도 몰랐는데!" "그럴 거야. 다행히 불이 크지 않아서 번지진 않았어. 그치만 스프링쿨러가 작동해서 층 전체가 물바다가 되어버렸어. 벽이랑 바닥을 모두 다 뜯어내야 해..." "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아, 힘내.. 2024. 2. 17.
상사와 반말로 대화하는 퀘벡 문화 금요일은 재택근무하는 날인데, 그냥 사무실에 오기로 했다. 바쁘기도 하고... 재택근무하면 오히려 좀 피곤할 때도 있다. 왜 그럴까? 잘 생각해보니, 집에서 일할 땐 자세가 엄청 안 좋아진다. 사무실 모니터가 더 인체공학적(?)으로 높이가 맞기도 하고. 그래도 금요일에 재택근무하면 주말 느낌이 나서 정말 좋다. 자주 금요일에 재택근무를 하는 걸 아는 상사가 먼저 묻는다. "금요일에 사무실에 올 거야? 아님 집에서 일할 거야?" "으음, 올 거야. 근데 오후에는 집에서 일해도 돼? 점심에 은행약속 있어서, 갔다가 재택근무해도 될까?" "그래, 문제 없지! 그나저나 월요일 아침에 프레젠테이션 해야 하는데, 자료 찾아서 5분짜리 PPT 자료좀 만들어 줄래?" "오드리가 보낸 자료로 만들면 되지?" "바로 그거.. 2024. 2. 10.
조금 더 액티브한 하루 - 산책과 스케이트, 아쿠아짐 요즘은 사무실 복도가 조용하다. 친했던 동료들이 다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누구랑 밥을 먹을까 고민한다. 한국에서는 혼자 먹어도 상관없었는데, 여기에서 일하고 나서부터는 그래도 꼭 누구와 점심을 먹고 싶어진다. 누구랑 만나서 한 번이라도 웃고 밥을 먹으면 기분전환이 된다. 산부인과 병동에 제일 친한 비서 나디아와 밥을 먹으러 도시락 들고 찾아갔다. "안녕, 바빠? 같이 밥 먹을래?" "안녕, 너 왔구나~ 잠깐, 이것만 하고 같이 먹자. 간호사들 스케줄 짜야 해." 나디아는 간호사 스케줄 짜는 게 제일 골치아프다고 말했다. "언제가 좋은지 미리 물어보면 말을 안 하고 내 맘대로 짜도 된다고 한단 말이야? 그래서 랜덤하게 짜서 주면 다들 이날 안된다, 저날 안된다고 고쳐달라고 한단 말이야. .. 2024. 1. 24.
고마운 일이 많은 점심회식 나와 프랑스의 생일을 기념해서 점심회식이 열렸다. 나는 1월 6일, 프랑스는 1월 15일이 생일이다. "어, 너도 염소자리야?" "응? 염소자리? 아, 맞아!" "오- 하이파이브!" 염소자리는 카프리콘이라고 발음한다. 영어나 프랑스어나 둘 다 같다. 회식 장소는 브런치 레스토랑. 회사에서 걸어서 10분쯤 떨어진 곳에 있다. 배가 고팠어서 오전시간부터 메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메뉴가 넘 많아서 고민인데... 이제는 결정도 빠르게 해야지. 뭘 먹을까 하다가 크레페 브런치 정식을 시켰다. 맛있을 것 같아! 오랜만에 쟝과 나시마를 만났다. 둘은 한달 전부터 북쪽 사무실로 이사해서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지하철로 45분이 걸린다는데, 먼 길을 일부러 와 주니 정말 고맙다. "쟝! 나시마! 와줘서.. 2024.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