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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234

추운 겨울날, 잘생긴 사람을 찾아서(?) 오늘도 파업이다. 다음주까지 계속된다는 파업... 선생님들도 계속 파업하고, 병원도 5일간 파업을 한다. 언제까지 하냐고? 정부가 들어줄 때까지.... 문제는 너무 춥다는 거다. 옷은 단단히 입고 나왔는데, 발이 시렵다. 마리가 와서 말했다. "너 안 추워? 패딩 지퍼 다 열고!" "아... 몇겹씩 입어서 상체는 괜찮은데, 발이 시렵다." "맞아, 항상 손끝발끝이 시렵지. 너 스노우부츠 안 신었어?" "그냥 등산화인데 방수 되어서 좋거든. 그런데 이렇게 추운 날 밖에 오래 있으면 힘들어." "스노우 부츠 사야겠는데? 추울 때도 밖에 나갈 수 있어야지. 이글루페스트라고 알아? 야외에서 춤추는 페스티벌인데, 한겨울에 하니까 따뜻하게 입어야 해." "응, 안그래도 이번 주말에 스노우 부츠 사려고." 크리스틴이.. 2023. 12. 9.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식 해프닝 오늘은 드디어 점심시간에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식을 하기로 했다. 고민고민하다 준비한 선물이 괜찮아야 할 텐데. (나는 부드러운 담요를 샀다) 프랑스가 아침에 오자마자 말문을 열었다. "아잇, 문제가 있어. 점심시간인데 12시 30분에 회의가 잡혔지 뭐야. 선물교환 빨리 하고 회의 가봐야 해." "정말?" 프랑스가 임원이 된 뒤로는 무지 바빠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종합병원에 새로 한 부서를 여는 일이라, 준비할 게 많아 바쁘다. 점심시간이 되고, 다같이 모여 시크릿 산타 선물을 풀기로 했다. "누구부터 풀까?" "누가 누구한테 선물했는지 아무도 모르니까, 질문을 해서 맞추는 걸로 하면 어때? 나부터 시작할게. 내가 누구에게 선물했게?" "음... 이 사람 남자야?" "아니." "머리 묶었어?" "아.. 2023. 12. 8.
이민자 간호사들과 함께한 즐거운 대화 파업 마지막 날, 노조에서 받은 빵을 따뜻하게 구워먹으려고 나디아가 일하는 산부인과 병동에서 나디아와 점심을 먹었다. 산부인과 병동 휴게실에는 빵빵한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토스터가 있어서 좋다. 휴게실에 들어서니, 점심을 먹고 있는 간호사들이 있었다. "안녕! 어서 와, 피켓팅 하고 온 거야? 다 끝났어?" "아니, 잠깐 빵 좀 먹으려고 들어왔어. 비서들은 4시간동안 피켓팅 해. 그래도 행진하고 오니까 재밌네." "아, 간호사들은 1~2시간만 하니까 우리는 아침에 다 끝났어. 추워서 얼굴이 빨개졌네! 여기 앉아서 빵 구워 먹어!" "하하, 몸 좀 녹여야겠어." 간호사들과는 지나가며 몇 번 인사한 게 전부라 함께 뭘 먹는 건 처음이다. 나는 쭈뼛거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처음 이야기하는 사이인데도 모두 반말.. 2023. 11. 25.
파업하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와서 먹는 간식 몬트리올은 한창 파업중이다. 의료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파업한다. 내일부터는 간호사와 교사도 파업에 들어간다. 교사 파업 때문에 다음주에 예약해 놓은 시험이 취소되었다. 덕분에 남는 시간이 좀 생긴 셈이다. 그건 좋지만 교사들이 언제까지 파업하는지 알 수 없어서 시험이 언제 잡힐지 모르겠다. 애매하네! 파업시간이 좀 길다 보니 지친다. 한 곳에 서서 깃발 흔들기만 하니 몸이 쑤셔와서 계속 주변을 걸었다. 그랬더니 아무 운동도 안했는데 벌써 만 걸음을 걸었다. 따뜻한 사무실로 돌아오니 마리가 귤을 건네준다. 귤은 프랑스어로 클레망틴이라고 한다. "클레망틴좀 먹어! 비타민 씨도 많고 달달하고 수분충전도 되잖아." "우와, 나 귤 정말 좋아하는데. 고마워! 진짜 맛있다." "그치?" "근데 그거 알아? .. 2023. 11. 23.
35년 일한 간병인을 위한 은퇴 파티와 바클라바 전통 케이크 오전에 가끔씩 나디아가 메일을 보내 질문을 해 온다. 아무 일이나 하다가 막히면 보통 나한테 오는데, 일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아무튼 내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 "소영, 이거 봐. 이 링크를 아무리 눌러봐도 안 된다." "으음, 그러네... 아무래도 이 문서 만든 사람하고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하고 별 영양가 없는 조언을 해 주지만, 이 김에 얼굴 보고 인사하는 거다. 산부인과 병동에 가서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복도에는 지넷이라는 간병인이 왕관과 휘장을 두르고 있었다. 나는 곧 지넷이 은퇴한다는 걸 기억해 냈다. "지넷! 왕관 잘 어울리네요. 잘 지냈어요?" "고마워, 잘 지냈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그렇군요. 기분이 어때요?" "음-. 뭐, 행복하고 좋아... 2023. 11. 9.
처음으로 파업에 참가한 날 오늘은 전체 파업일이다. 여기서 일한 지 처음으로 파업에 참여해 본다. 이미 파업에 참여한 동료들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파업일에는 월급이 없어. 그러니까 조합에서 주는 보상금을 받으려면 출석체크를 꼭 해야 해." "아항..." 출석체크를 하러 갔더니 내 파업시간을 알려주었다. 10시부터 2시까지. 파업을 하면 하루종일 일을 안 하는 줄 알았더니,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필수서비스' 직업군에 속하기 때문에 파업하지 않는 시간 이외에는 일해야 한다. 아침에 오니 여러가지 할 일이 메일로 와 있었다. 그것도 오늘 끝내야 할 일들이다. 좀 촉박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파업하러 와서, 혹시 간식을 나눠주지 않나 하고 둘러보았다.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말이 딱 맞다. 파업보다 간식.... 2023.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