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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35년 일한 간병인을 위한 은퇴 파티와 바클라바 전통 케이크

by 밀리멜리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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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가끔씩 나디아가 메일을 보내 질문을 해 온다. 아무 일이나 하다가 막히면 보통 나한테 오는데, 일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아무튼 내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

"소영, 이거 봐. 이 링크를 아무리 눌러봐도 안 된다."
"으음, 그러네... 아무래도 이 문서 만든 사람하고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하고 별 영양가 없는 조언을 해 주지만, 이 김에 얼굴 보고 인사하는 거다. 산부인과 병동에 가서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복도에는 지넷이라는 간병인이 왕관과 휘장을 두르고 있었다. 나는 곧 지넷이 은퇴한다는 걸 기억해 냈다.

"지넷! 왕관 잘 어울리네요. 잘 지냈어요?"
"고마워, 잘 지냈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그렇군요. 기분이 어때요?" 
"음-. 뭐, 행복하고 좋아."
"축하해요!"
"고마워. 참, 케이크가 있으니 좀 가져 가."

휴게실에서 파티를 했는지 예쁘게 꾸며져 있다. 와, 은퇴 파티라니. 


나디아가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냈다.

"내가 만든 전통 케이크야. 바클라바 알아?"
"아! 들어봤어. 직접 만든 거라고? 우와!"

나디아가 주는 바클라바 두 조각을 챙기고, 점심시간에 함께 공원을 걸었다.

"이번 주는 좀 피곤하다. 남편이 알제리로 가서, 내가 세 딸들을 다 픽업해야 해. 어제는 학부모 회의도 있어서 진짜 정신 없었네!"
"아이가 셋이나 되니 정말 쉬운 일이 아니겠다."
"뭐, 그렇지. 그래도 주말이면 남편이 돌아오니까... 바쁘지만 그래도 이렇게 걷는 시간이 필요해."
"그렇게 바쁜데도 어떻게 바클라바 케이크를 만들었어?"
"내가 만든 건 쉬운 편이야. 마트에서 바클라바 반죽을 사서 만들었거든. 그래도 준비하는 데 한시간 걸렸어. 겹겹마다 버터를 바르거든. 꿀도 바르고. 오븐에 45분 돌렸다가 냉장고에 식히고, 다음 날 자른 거야."
"와, 정말 손이 많이 가는구나. 잘 먹을게, 고마워."
"응, 지넷이 은퇴한다니까 뭘 만들어주고 싶어서. 지넷은 35년이나 일했대!"
"와... 대단하다. 35년!"
"몇살부터 일 시작한 건지 알아? 19살이래!"
"우와, 난 그때 아직 학교에 있었는데."
"나도. 35년동안 한 직업에서 일하다니, 대단해."

오후에는 녹차와 함께 나디아가 만든 바클라바 한 조각을 먹었다. 간병인이 쉽지 않을 텐데, 35년이나 한 직업에 종사하다니... 은퇴 파티를 열어주고 케이크를 나눠먹는 것도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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