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처음으로 파업에 참가한 날

by 밀리멜리 2023. 11. 7.

반응형

오늘은 전체 파업일이다. 여기서 일한 지 처음으로 파업에 참여해 본다.

이미 파업에 참여한 동료들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파업일에는 월급이 없어. 그러니까 조합에서 주는 보상금을 받으려면 출석체크를 꼭 해야 해."
"아항..."

출석체크를 하러 갔더니 내 파업시간을 알려주었다. 10시부터 2시까지. 파업을 하면 하루종일 일을 안 하는 줄 알았더니,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필수서비스' 직업군에 속하기 때문에 파업하지 않는 시간 이외에는 일해야 한다.

아침에 오니 여러가지 할 일이 메일로 와 있었다. 그것도 오늘 끝내야 할 일들이다. 좀 촉박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파업하러 와서, 혹시 간식을 나눠주지 않나 하고 둘러보았다.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말이 딱 맞다. 파업보다 간식...

그런데 간식을 나눠주는 스탠드가 있긴 했는데, 내가 일하는 직군의 조합이 아니어서 간식은 못 받았다. 마리와 크리스틴도 마찬가지였다.

"커피도, 간식도, 피켓도 없대. 점심 싸오라고 하더라. 이 피켓도 다른 곳에서 빌려 온 거야."
"아, 배고프고 추운데 아쉽다."
"어쩔 수 없지. 이 피켓 그런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사람 머리에 불하고 꽃이 그려져 있는데... 시적이긴 한데,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네."
"그러게, 왜 불이랑 꽃일까?"

 

 

 

"기자들도 많이 왔다. 나 인터뷰도 많이 했어!"
"와~ 인터뷰! 저기도 기자 왔다. 시끄러운데 취재가 되려나?"

 

 

나는 마리에게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핸드벨을 받아들고 열심히 흔들었다. 

 

도로에 차들이 지나가면서 응원의 빵빵 클락션을 울려준다. 

 

피켓 흔드는 게 지겹다가도 환호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신이 난다. 

 

 


딱 네 시간을 채우고 사무실로 돌아와 일을 처리했다. 날이 추워서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좀 얼얼하다.

파업을 했으니 월급이 좀 올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피켓을 들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응원해 준다는 게 정말 좋았다. 따봉이나 승리의 브이자를 그려주기도 하고, 운전자들은 빵빵빵-하고 클락션을 울려 주기도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