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하루가 또 지나간다.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와중에, 집에서 일하는 마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메일에 답장 했니?"
"응, 할게!"
답장을 해놓고 다른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리의 메시지가 또 왔다.
"혹시 그 메일 답장할 때 나 빠뜨렸니?"
"그랬나? 어, 그러네! 미안, 빠진 줄 몰랐다. 답장은 했어."
"아, 그랬구나. 상관 없어. 그럼 네가 알아서 답장하도록 놔둘게. 근데 부탁할 일이 있는데..."
하는 마리의 메시지를 10분 늦게 확인했다.
"됐어, 내버려 둬. 내가 알아서 할게. 아무튼 고마워."
하는 메시지가 왔다. 갑자기 마리가 평소보다 싸늘해진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음... 마리가 화났으려나?
내 쓸데없는 걱정인가, 아님 마리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렇게 인간관계에 신경쓰는 걸 보면 내 성격은 여전한 것 같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잘 표현을 못 하는 편이다. 마리와 좀 더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마리,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하고 메시지를 보내니 바로 마리가 화상회의를 걸어왔다. 마리가 웃으며 말했다.
"알로, 마담! 뭐가 궁금한데?!"
씩씩하고 쾌활한 마리 모습 그대로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있잖아. 우리 다음주 월요일날 파업이라며? 난 파업 한번도 안 해봐서 뭔지 잘 모르겠어. 일단 월요일에 사무실로 와야 하는 건 맞지?"
"아, 맞아. 바로 직전에 몇시부터 몇시까지 행진할지 알려주는 메일이 올 거야. 그 삐익삐익 시끄러운 소리 나는 물건 알지? 그런거 들고 피켓 들고 행진하는 거고. 그때 직원카드 들고 가서 파업에 참여했다고 출석체크 해야 해. 그래야 보상금을 받을 수 있어. 파업날은 월급이 안 나오거든."
"아하... 너도 오는 거지? 크리스틴이랑 프랑스도?"
"나랑 크리스틴은 와. 프랑스는 이제 임원으로 승진했기 때문에 파업에 올 필요 없지."
"아! 그렇구나. 파업날 나 혼자 오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하하. 월요일에 우리 같이 있을 거야. 참, 아깐 쌀쌀맞게 굴어서 미안해. 좀 급한 일이어서."
"아니야, 내가 못 봐서 빠뜨린 걸. 내가 미안하지."
"월요일날 따뜻하게 입고 와! 오랫동안 밖에 있을 테니까."
"오, 맞아. 그래야겠다. 고마워!"
마리 눈치가 기가 막히게 빠르다. 채팅으로만 대화했는데, 내가 걱정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혼자 끙끙대는 것보다는 이야기하고 푸니 오해가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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