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생활765 새로운 사무실과 새로운 사람들 오늘은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한 첫날이었다. 임시 사무실이지만, 큰 창문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전체적으로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이전 사무실 근처에 있던 커다란 공원과 맛있는 카페테리아가 문득 그리워졌지만, 이제는 새로운 거리를 걸으며 나만의 산책 루틴을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 낯선 공간에서는 새로운 사람들도 함께한다. 내가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를 연결시키고 있으니 중앙아시아계 여자분이 와서 인사를 건낸다. "안녕하세요! 새로 왔어요?""네, 잠깐 임시로 지내게 됐어요. 반가워요." 그녀의 이름은 사이드였다. "화장실은 저쪽이고, 휴게실은 여기예요. 커피 한잔 할래요?""네, 그러면 고맙죠." 사이드가 커피를 타 주었다. 너무 써서 두어 모금만 마셨다. 고마우니 커피 주전자는 내가 .. 2025. 7. 11. 쿵푸 도장에서 만난 친구의 영화 시사회 초대 쿵푸 도장 친구인 주니어가 신나하면서 말했다. "카푸친이 영화 스튜디오에서 일하는데, 우리 시사회에 초대받았어. 갈래?""우와, 카푸친 영화 스튜디오에서 일한다고?""맞아. 시간 안에 딱 맞춰서 가기만 하면 돼, 갈거지?""당연하지! 무슨 영화인데?""How to train your dragon (드래곤 길들이기). 알아?""알지, 그거 실사화 버전으로 나온거지?""난 잘 모르겠는데, 넌 애니메이션 좋아하니 이것도 좋아할 것 같아." 이전 가라데 키드를 보러 영화관에 갔을 때, 귀멸의 칼날 영화 포스터를 보고 좋아한다고 했더니... 주니어가 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냐고 질문했다ㅋㅋ 당당하게 그렇다고 얘기함 부끄럽지 않아! 아무튼 카푸친이 일한다는 영화 스튜디오는 진짜 멋있었다. 맨날 쿵푸도장 티셔츠 차.. 2025. 6. 12. 비 오는 날의 초월인간 / 감성과 지성 사이의 철학 모임 3주 연속 주말에 비가 내린다. 그래도 사람들은 젖은 길을 밟으며 철학 모임에 모였다. 우산을 쓰기도 하고, 그냥 부슬부슬한 비를 맞기도 했다. 오늘의 주제는 ‘초월인간’. 이름만 들어도 공상과학 소설처럼 느껴졌다 유전자 편집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고, AI가 사람 대신 생각하는 것, 여러 Sci-fi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나와서 재미있었다. 나는 의식을 클라우드에 옮기는 컨셉을 이야기했고, 의식이 있는 한 인간이 아니겠는가 하는 의견을 말했다. 토론이 끝나고 부슬부슬한 비를 맞으며 다같이 뒷풀이 장소로 향했다. 걸으면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했는데, 데이비드는 아무 주제에 관한 질문을 던져도 대답이 술술 나왔다. 마치 TV 시리즈 빅뱅이론에 나오는 쉘든처럼 똑똑했다. 베트남계인 탐은 AI의 활용법에 대.. 2025. 5. 25. 고민을 털어놓는 동료들 요즘 눈코뜰새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가? 안 바쁘려면 안 바쁘게 살 수 있는데도 내가 이렇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도 짬을 내서 클리닉에 놀러가 본다. 클리닉은 이제 문을 닫기 때문에, 의사는 없고 동료들만 한가롭게 있다. 마틸드가 상냥하게 묻는다. "요즘 어때?""이제 클리닉 문 닫잖아. 그래서 새로운 일이 막 생겨. 금요일인데도 엄청 바빠지네. 아, 정말 일이 끝이 없어!" 내가 이렇게 말하자 멜로디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느긋하게 말한다. "불평하려면 끝이 없지, 끝이 없어.""그건 그래." 마틸드도 이제 곧 떠난다고 한다. "이제 나도 문 닫으니까 다음 달에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어.""그렇지, 참. 어떻게 됐어?""다른 종합병원의 응급실로 가.""응급실? 진짜.. 2025. 5. 24. 호수공원 점심 산책, 작은 쉼표 호수 공원에 점심 산책을 나왔다. 일하는 중이지만,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밖을 걸을 수 있다는 게 참 꿀 같다. 5분 있다 돌아가야 하지만, 그 5분마저도 소중한 요즘이다. 바람이 살살 부니까 좋다. 호수 바닥을 청소하는 분 이렇게 공원이 예쁘려면 누군가의 손길 덕분이구나. 오늘의 베스트 포토 가장 눈에 들어온 건 풀밭 위에 엎드려 책을 읽는 사람.바쁜 하루 속에서도 저렇게 시간을 천천히 보내는 모습이 부러웠다.잠깐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용기랄까. 민들레꽃 예쁘게 피었네. 어릴 땐 민들레 씨앗을 불며 소원을 빌곤 했는데, 요즘은 그냥 '아, 예쁘다' 하고 지나친다.피고 지는 게 자연스럽듯, 그런 감정들도 흘러가나 보다. 요즘 소설을 쓰면서 새로 배운 표현도 하나 있다.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점점이.. 2025. 5. 17. 캐나다 공무원의 느긋한 하루 : IT 오류도, 중독센터 울음소리도 일상 이제 일한 지 꽤 되어가다 보니 나도 참 느긋해졌다. 예전 같으면 바로 해결하려던 일도, 요즘은 그냥 "언젠가 되겠지" 하고 넘기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재택근무 중인 오렐리에게 메신저를 보냈다."오렐리! 잘 지내? 계획할 게 있어서 잠깐 시간 돼?""안녕, 소영! 그런데 지금 회사 폴더 접속이 안 돼서 IT부서랑 통화 중이야.""그래, 다 되면 나한테 알려줘." 그런데 20분쯤 지났을까. 오렐리가 노트북을 들고 직접 사무실에 나타났다."엥? 어떻게 온 거야? 재택근무날이잖아?""IT부서랑 해도 해결이 안 돼서... 직접 와서 해볼까 해서.""퇴근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그거 때문에 왔어?""난 일단 해결해야 마음이 편해." 그녀의 노트북 화면엔 익숙한 오류 메시지가 떠 있었다. 폴더에 접속할 수 없습니.. 2025. 5. 15. 이전 1 2 3 4 ··· 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