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상사와 반말로 대화하는 퀘벡 문화

by 밀리멜리 2024. 2. 10.

반응형

금요일은 재택근무하는 날인데, 그냥 사무실에 오기로 했다. 바쁘기도 하고...

 

재택근무하면 오히려 좀 피곤할 때도 있다. 왜 그럴까?

 

잘 생각해보니, 집에서 일할 땐 자세가 엄청 안 좋아진다. 사무실 모니터가 더 인체공학적(?)으로 높이가 맞기도 하고.

 

그래도 금요일에 재택근무하면 주말 느낌이 나서 정말 좋다. 자주 금요일에 재택근무를 하는 걸 아는 상사가 먼저 묻는다.

 

"금요일에 사무실에 올 거야? 아님 집에서 일할 거야?"

"으음, 올 거야. 근데 오후에는 집에서 일해도 돼? 점심에 은행약속 있어서, 갔다가 재택근무해도 될까?"

"그래, 문제 없지! 그나저나 월요일 아침에 프레젠테이션 해야 하는데, 자료 찾아서 5분짜리 PPT 자료좀 만들어 줄래?"

"오드리가 보낸 자료로 만들면 되지?"

"바로 그거야. 슬라이드 4, 5개면 돼."

 

상사인 이사벨과 했던 대화를 한국어로 블로그에 옮길 때 반말로 번역한 적이 없는데, 실제로는 상사와 처음 만난 바로 첫 주부터 반말을 썼다. 그 이후로 계속 반말로 대화한다. 놀랍게도 그게 퀘벡 문화다!

 

프랑스어에도 반말/존대말이 있는데, 퀘벡 문화는 좀 더 수평적이다. 존대말에는 존경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보다는 나와 가깝냐 안가깝냐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느낌이 더 크다. 퀘벡에서 겪은 문화충격 중에 하나다.

 

친하다고 모두와 반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사람마다 달라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존대를 쓰는 사람도 있다. 누구에게 반말을 쓰냐 존대말을 쓰냐는 사실 눈치로 깨달았다. 4~5번 이상 대화를 하고 약간 사람과의 정이랄까? 신뢰관계가 쌓였을 때 '우리 반말해도 될까요?'하고 묻는 게 제일 안전하다.

 

아무튼 이런 색다른 문화 재밌다.

 

 

만들어 달라던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있는데 이사벨이 왔다. 

 

"잠깐 뭐 마실래? 카페 가서 커피 살 건데, 네 것도 사줄게."

"아, 친절하다. 그런데 나 커피 끊은 지 꽤 됐어! 그래도 카페에는 같이 갈래."

"가자! 요즘 커피 안 마셔?"

"디카페인 마시다가 이제는 안 마신지 좀 됐어."

"정말 잘됐네. 나는 오늘 읽을 게 많아서 커피가 필요해. 있지, 디카페인 커피에도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가서 오히려 좋지 않대. 안 마신다니 다행이다."

 

 

오늘은 우롱티를 뜯었다. 아침에 우연히 우롱티가 지방 태우는 데 좋다는 기사를 봐서 그런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