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프랑스의 생일을 기념해서 점심회식이 열렸다. 나는 1월 6일, 프랑스는 1월 15일이 생일이다.
"어, 너도 염소자리야?"
"응? 염소자리? 아, 맞아!"
"오- 하이파이브!"
염소자리는 카프리콘이라고 발음한다. 영어나 프랑스어나 둘 다 같다.
회식 장소는 브런치 레스토랑. 회사에서 걸어서 10분쯤 떨어진 곳에 있다. 배가 고팠어서 오전시간부터 메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메뉴가 넘 많아서 고민인데... 이제는 결정도 빠르게 해야지. 뭘 먹을까 하다가 크레페 브런치 정식을 시켰다. 맛있을 것 같아!
오랜만에 쟝과 나시마를 만났다. 둘은 한달 전부터 북쪽 사무실로 이사해서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지하철로 45분이 걸린다는데, 먼 길을 일부러 와 주니 정말 고맙다.
"쟝! 나시마! 와줘서 고마워요."
" 생일 축하해! 마리크리스틴이 너한테 보낸 선물이 나한테 있는데, 그걸 깜박 잊고 안 가져왔네! 어쩔 수 없지. 네가 우리 북쪽 사무실로 한 번 놀러 와야겠어."
"하하하, 그래야겠네요."
마리크리스틴이 내 생일선물까지 보냈다니.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았다. 감사문자라도 보내야겠다.
음식이 나오고, 대화가 시작되었지만 점심회식때는 여전히 대화를 알아듣기가 힘들다. 언제쯤 어려움 없이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까? 말을 못 알아듣는데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그래도 반은 넘게 알아들은 거 같으니 예전보다는 늘었다.
내가 가만히 듣고만 있으니 쟝이 말을 걸었다.
"1월 6일이 생일이었지? 그 날은 왕의 축일이라고 불려."
"오, 왕이요?"
"그래, 마술의 왕(rois mages)이야. 크리스마스가 아기 예수 생일이잖아. 그리고 이 마술의 왕들이 별을 보고 예수가 태어난 걸 알고 선물을 주러 간 거야. 그게 1월 6일이지."
"아하... 그렇군요. 쟝은 항상 나한테 좋은 이야기를 해주네요. 문화 공부도 되고."
내가 진심으로 감탄해서 칭찬을 했다. 그랬더니 쟝은 조금 부끄러웠나 보다.
"에잇, 아저씨가 하는 쓸데없는 말이지 뭐..."
"아니, 쓸데없는 말 아니에요. 재밌고 유익한데요."
"맞아요. 재미있어요."
나중에 마술의 왕을 검색해봤더니, 우리나라 말로는 동방박사들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세 동방박사가 아기예수에게 예물을 바쳤다고 하더니, 프랑스어로는 마술의 왕, 점성술의 왕으로 불리는 모양이다.
이날 회식자리에서 별 말은 안했지만, 쟝에게 칭찬을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책에서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칭찬을 하라고 했는데, 그대로 했더니 내 기분이 더 좋아진다.
오드리도 내 근황을 물었다.
"요즘 프랑스랑 다니는 수영은 어때?"
"아, 힘들어요. 25미터를 수영해야 하는데, 반쯤 가면 지쳐서 레인 붙잡고 있어야 하니까요.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수영했으니 엄청 잘해요."
"열심히 연습하면 또 괜찮아지지지."
나도 동료들처럼 주변 사람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일이라고 크리스틴이 대신 계산을 해줬다. 크리스틴은 내게 이것저것 많이 주는데, 또 고마운 일이 생겼다. 음식도 맛있고 배부르고, 기분도 좋아졌다. 소중하고 고마운 일이 많은 하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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