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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휴가 끝나고 업무 복귀 - 앗, 내 프랑스어 발음을 못 알아듣네?

by 밀리멜리 202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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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달콤했던 마이애미 휴가도 끝이 났다. 그래도 직장은 한창 휴가 분위기여서 60%이상이 휴가를 갔다. 덕분에 출근해도 한가한 연말!

 

휴가 끝나고 직장으로 돌아오는 첫날은 언제나 일하기 싫지만, 한가해서 다행이다. 오전에 밀린 메일을 처리하고 나니 금방 일이 끝났다. 상사인 이사벨은 수술 후 회복기간이라 벌써 몇주째 휴가를 냈고, 그동안은 메일만 관리해 주면 되니 일이 쉽다.

 

출근하니 아무도 없고, 이사벨 휴가동안 업무를 대리하는 셰프인 오드리만 반겨준다.

 

"안녕! 크리스마스 잘 보냈어?"

"아, 너무 좋죠. 저 마이애미 다녀왔어요."

"그래?! 미아미?! 정말 좋았겠다. 날씨도 따뜻하고 볼 것도 많고."

"네, 돌고래도 봤어요."

"엥? 뭐라고?"

 

앗. 휴가 기간동안 프랑스어를 하나도 안 썼더니 발음이 영 엉망이라 오드리가 알아듣지 못한다. 이런 익숙한 일상의 도전이 시작되는구나...!

 

돌고래는 프랑스어로 Dauphin, [도팡]이라 발음한다. 그런데 ph는 ㅍ가 아니라 f 발음을 잘 해줘야 하는데, 나는 그냥 생각없이 '도빵'이라고 발음했더니 오드리가 하나도 못 알아듣는 것 아닌가.

 

"도빵. 영어로 Dolphin."

"아! Dauphin!!! 너무 좋았겠다."

 

영어로 다시 돌핀, 하고 f발음을 넣으니 그제야 오드리가 알아듣는다. 프랑스어 방송이라도 하나 들어야 겠다.

 

"참, 이사벨 소식 있어요? 오늘 복귀하기로 했는데."

"그렇지? 아직 없어. 그런데 이사벨이 1월에도 휴가를 내고... 아직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아마 1월까지 휴가를 낼 것 같아."

"그럴 것 같아요."

 

 

오드리는 이사벨이 없는 동안 그 업무를 처리하느라 지쳐 보인다. 이사벨의 자리가 힘들다는 건 스케쥴 관리하는 내가 제일 잘 안다. 하루에 8~9개의 회의를 하고, 밤늦게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메일을 처리하니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오후가 되자 오드리가 찾아왔다.

 

"방금 이사벨 연락 받았어. 2월까지 휴가를 연장하겠대."

"아, 맞아요. 나도 방금 연락 받았어요. 몸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던데 휴가는 2월 초까지래요."

"너도 받았구나? 잘 됐지 뭐야."

"잘 된거죠?"

"그렇지!"

 

 

땅 미유(Tant mieux, 잘 됐어). 정말 잘 된건가? 

 

우리 모두가 이사벨은 조금 더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렉터 자리에 오르고 나서 한번도 제대로 휴가를 간 적이 없다. 아무튼, 몸이 괜찮아야 뭐라도 하지. 여기서도 건강이 최고라는 걸 느낀다.

 

 

업무 전화를 받았다. 병원 혈액실이라는데 의사의 전화번호를 알려 달란다.

 

"잘못 거셨어요. 여기는 디렉터 사무실이에요."

"네? 뭐라고요?"

"여기 사무실이고 클리닉이 아니라고요."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겠어요. 누가 이 번호를 줬는데..."

"음..."

"아무튼 의사 전화번호가 없다는 거죠? 알겠어요, 그럼. 바이!"

 

흐어... 꽤 여러 사람이 내 프랑스어를 못 알아듣는다. 아무튼 잘못 온 전화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프랑스어를 며칠 안 썼다고 이래?

 

내 발음이 뭔가 잘못된 거는 알겠는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모르겠으니 고치기가 힘들다. 어린애들은 이런 발음의 차이를 잘 알던데, 아무래도 성인이 되고 나서 배운 언어라 그런지 발음의 미묘한 차이를 캐치하기가 힘들다.

 

 

뭐 어쩔 수 없지. 듣다 보면 또 고칠 수 있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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