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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산부인과 병동 파티와 클리닉 접수 도와주기

by 밀리멜리 202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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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도 하기 전인데 나디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야?"
"나 가는 중인데. 5분이면 도착해."
"빨리 와! 나 옆 산부인과 병동에 있으니까. 알았지?"
"어, 어!"

무슨 일이지? 나디아가 출근도 하기 전에 나를 찾다니, 뭔 일이 있나?

사무실에 외투를 놓고 나디아를 찾아가니, 산부인과 병동에 큰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아참! 파티에 초대한다더니, 이거였구나?

빵과 과일, 치즈가 있어서 몇 개 집어 가져왔다. 크리스틴이 아침을 안 먹었다길래 몇 개 가져다 줄 생각으로 빵을 좀 많이 챙겼다. 

 

 

밤에 일하는 직원들, 간호사와 의사들까지 모두 모였다. 3~40명은 되는 것 같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좀 어색해하며 나디아 옆으로 다가갔다. 다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길래 나도 얼떨결에 자기소개를 했다. 알고보니 나뿐 아니라 다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행이야...

화상회의에서만 보던 의사들도 있었다. 참, 인사를 할 걸 어색해서 다른 곳만 쳐다봤다. 왜 그랬는고... 

 

참, 클리닉을 도와주며 잠깐 마주친 의사도 있었다.

바로 어제, 산부인과 병동의 접수원 멜로디가 휴가를 내서 나디아가 잠시 오전 클리닉을 봐준 적이 있다. 그 때문에 나디아는 스트레스를 좀 받는 눈치였다.

"영어만 쓰는 환자들이 있는데 어떡하지?"
"어, 내가 도와줄게!"

하고 접수처로 달려갔는데... 내가 있어도 별 도움이 안 되었다. 

 

어느 환자의 남편이 와서 나에게 물었다.

"(영어) 의사가 다음에 2~3주 후에 오라고 했는데, 여기에서는 4주 후에 예약날짜를 잡았네요. 이거 괜찮은 겁니까? 4주 후에 와도요?"
"(영어) 어... 잠시만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의사 보고 오셨죠?"
"(영어) 네, 의사가 2-3주 후에 보자고 했다니까요."

그 말을 듣고 나디아에게 통역해 주었다.

"(프랑스어) 나디아, 이 환자분 예약 앞당길 수 있을까?"
"(프랑스어) 음, 안 돼. 그 전엔 의사가 없어서 그게 최대한 빠른 날짜야."

 

환자의 보호자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영어) 이 날짜가 제일 빠른 날이에요. 그 전엔 클리닉이 문을 닫아요."
"(영어) 클리닉이 문을 닫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1주일이나 늦게 봐도요? 출산이 얼마 안 남아서 불안한데..."

괜찮은지 아닌지... 처음 클리닉 접수처에 앉은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영어) 그게 최대한 빠른 날짜라..."
"(영어) 알겠어요, 됐어요."

하고 가버렸다. 

오 마이 갓... 병원접수 은근 스트레스 받는 일이네! 

 

이걸 매일매일 하는 멜로디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디아는 여전히 여러 일을 처리하며 정신이 없어 보였다.

"프린터가 왜 고장났지? 종이가 안 나와! 이거 때문에 환자가 몇십분이나 기다리고 있어! 앗! 의사가 혈액검사 보고서 팩스로 보내랬는데! 팩스 번호가 뭐지? 너 알아?"
"아, 아니... 일단 프린터는 내가 고쳐볼게."
"새로운 환자는 어떻게 등록하는 거야?"
"차근차근 찾아보자..."

하고 정신없이 오전근무가 끝났다. 

 

다행히 환자가 많지 않았다. 프린터기가 고장나서 무지하게 오래 기다린 환자가 있긴 했지만... 

사무실에 틀어박혀 행정비서만 하다가 직접 환자를 대하니 이건 또다른 세상이다.

나디아는 놀랍게도 어떻게든 모두 처리를 해냈다. 오전 클리닉이 끝나고 나디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절대로 환자 접수는 안 할 거야. 어휴!"
"처음이라 그렇겠지. 하는 방법도 몰랐잖아." 
"멜로디는 진짜 느긋하게 하던데. 그냥 대충 안되면 말고~ 하는 느낌! 신경 안쓴다~ 하는 그 태도 알지?"
"그거 우리가 본받아야겠다, 하하하!!"

다이나믹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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