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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추운 겨울날, 잘생긴 사람을 찾아서(?)

by 밀리멜리 2023.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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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파업이다. 

 

다음주까지 계속된다는 파업... 선생님들도 계속 파업하고, 병원도 5일간 파업을 한다. 언제까지 하냐고? 정부가 들어줄 때까지....

 



문제는 너무 춥다는 거다. 옷은 단단히 입고 나왔는데, 발이 시렵다. 마리가 와서 말했다.

"너 안 추워? 패딩 지퍼 다 열고!"
"아... 몇겹씩 입어서 상체는 괜찮은데, 발이 시렵다."
"맞아, 항상 손끝발끝이 시렵지. 너 스노우부츠 안 신었어?"
"그냥 등산화인데 방수 되어서 좋거든. 그런데 이렇게 추운 날 밖에 오래 있으면 힘들어."
"스노우 부츠 사야겠는데? 추울 때도 밖에 나갈 수 있어야지. 이글루페스트라고 알아? 야외에서 춤추는 페스티벌인데, 한겨울에 하니까 따뜻하게 입어야 해."
"응, 안그래도 이번 주말에 스노우 부츠 사려고."

크리스틴이 거들었다.

"부츠 사려면 코스트코가 좋은데."
"코스트코? 나 회원 카드가 없어."
"내가 사다줄 수 있어."
"정말? 고마운데 그래도 한번 신어보고 사야 할 것 같아."
"그럼 데카트론 가 봐. 스포츠용품점도 괜찮은 거 많아."
"음, 그래야겠다."
"너 선물을 부츠 사줄 걸 그랬네!"
"하하하, 고마워."

그리고 우리는 병원 앞을 계속 걸었다. 1시간 반쯤 걷고 나선 커피차에서 쇼콜라쇼도 받아 먹고... 또 걸었다. 

 

그러다가 화상회의에서 만난 어떤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대학교육 인턴십부에서 일하는 가브리엘이에요."


4~5분쯤 이야기를 하고 나서 우리는 또 걸었다. 가브리엘과 헤어지고 안 보일 때쯤, 마리가 말했다.

"가브리엘 잘생겼다."
"하하하하! 그런 것 같아."

"또 잘생긴 사람 있으면 말해 줘."
"이런 얘기하니까 청소년이 된 것 같아."

그리고 한 바퀴를 돌고 마리가 또 말했다.

"저 입구 쪽에 네 명 모여있잖아? 그 중에 까만 모자 쓴 사람 잘생겼어."
"어디어디, 나 잠깐 둘러보고 올게."

그리고 보러 갔더니 엥?! 수염이 가득한 키 큰 아저씨가 있었다.

"어때? 봤어? 잘생긴 것 같아?"
"키는 엄청 큰데... 흐음."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아도 돼."
"하하하, 잘생겼는지는 모르겠어. 아마 수염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
"각자 타입이 있기 마련이지. 크리스틴도 별로래."
"하하하." 

그렇게 돌아다니며 잘생긴 사람이 있나 봤지만 별로 큰 수확은 없었다. 잘생긴 사람은 프랑스어로 '보 갹송(beau garçon)'이라고 하는데, 예쁜 소년이란 뜻이다. 브랜드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그 garçon이 소년이라는 뜻이다. 갹송이라고 발음한다.

아무튼 내눈에는 남자들이 다 나이가 많이 들어보여서... 갹송이라고 하면 의아하긴 하다. 그치만 2-30대, 40대, 50대 모두에게 소년소녀라는 말을 쓰니 그리 상관없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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