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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시크릿 산타 선물과 내 음료 선택

by 밀리멜리 202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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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교환식이 있던 날, 제비뽑기 실수로 내 이름이 빠져버렸다. 나만 선물 못 받는 건가 살짝 실망한 그날 저녁...

쟝이 쨔잔 하고 선물봉투를 꺼내들었다.

"아까 정말 미안했어."
"우와, 정말 고마워요! 언제 준비한 거예요?"

하고 모르는 척 했지만 사실은 사무실 밖에서 소근소근대는 소리를 들어버렸지... 하하.

 

쟝은 평소보다 한시간 빨리 퇴근을 하고 회식 장소에 나타났다. 알고 보니 내 선물을 산 것 같다. 

 

선물은 퀘벡 단어장과 차를 담을 수 있는 물통! 나한테 필요한 거라 선물도 어쩜 이렇게 센스있게 잘 골랐는지 대단하다. 나도 이런 센스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몇 시간만에 내가 좋아하는 선물을 고르다니!

그러고 보니 우리 사무실이 텅텅 비게 되었다. 마리는 출산휴가를 떠났고, 쟝과 나시마는 사무실을 이사했다. 크리스틴과 프랑스도 아마 곧 이사를 하게 될 것 같다. 그러고보니 쓸쓸해지는데, 그래도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회식이 즐겁다.

크리스마스 회식자리에는 새로운 디렉터도 함께했다. 화상회의에서만 본 적이 있는 새 디렉터는 굉장히 활발하고 장난기 많은 사람이다. 전 디렉터였던 나탈리는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분위기가 확 달라져서 신기했다. 아니면 술을 마셔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댄스 바를 가는 게 어때?"
"그래요, 좋아요!"

내가 좋다고 하니까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마리가 곁들여 설명을 해줬다.

"너 댄스 바 뭔지 알아? 댄서들이 옷을 다 안 입고 있어!"
"누드댄스바라고...?!!!"
"응, 예전에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남자만 있어."
"에에에...?!"
"하하하하하!"

2차가자~ 하고 주도하는 사람도 새로운 디렉터였다. 회식은 7~8시까지 밥 먹고 각자 집에 가는 게 보통이었는데... 신나서 2차를 간 것도 처음이었다.   

 

나는 무알콜 칵테일을 주문하려고 했다. 쟝과 마리가 버진 마리라는 토마토 주스 칵테일을 추천해 주었다.

"이거 마셔 봐. 버진 마리. 네가 좋아할 거야. 나도 이거 좋아하거든."
"그래, 좋아!"
"아냐아냐, 소영이는 콤부차를 더 좋아할 걸."

조지아가 갑자기 메뉴판을 가져가더니 서버에게 콤부차를 시켰다. 난 콤부차도 좋고 토마토 칵테일도 좋아서 괜찮다고 했다. 결국은 내 몫으로 콤부차가 나왔다.

회식이 끝나고 마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러면 안 돼. 네가 먹을 건 네가 선택해야지, 네 몸으로 들어가는 건데! 조지아가 그렇게 맘대로 메뉴를 바꾸는 건 정말 예의없는 행동이야."
"음, 난 둘 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듣고보니 네 말이 맞다. 내 꺼니까 내가 선택해야지."
"그러니까! 걔가 사주는 것도 아닌데 왜 맘대로 메뉴를 바꾼대?"

시간이 지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내가 먹을 건 내가 선택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콤부차도 뭐 나쁘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하느냐 아니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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