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무실 복도가 조용하다. 친했던 동료들이 다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누구랑 밥을 먹을까 고민한다.
한국에서는 혼자 먹어도 상관없었는데, 여기에서 일하고 나서부터는 그래도 꼭 누구와 점심을 먹고 싶어진다. 누구랑 만나서 한 번이라도 웃고 밥을 먹으면 기분전환이 된다.
산부인과 병동에 제일 친한 비서 나디아와 밥을 먹으러 도시락 들고 찾아갔다.
"안녕, 바빠? 같이 밥 먹을래?"
"안녕, 너 왔구나~ 잠깐, 이것만 하고 같이 먹자. 간호사들 스케줄 짜야 해."
나디아는 간호사 스케줄 짜는 게 제일 골치아프다고 말했다.
"언제가 좋은지 미리 물어보면 말을 안 하고 내 맘대로 짜도 된다고 한단 말이야? 그래서 랜덤하게 짜서 주면 다들 이날 안된다, 저날 안된다고 고쳐달라고 한단 말이야. 어떤 사람은 나 밥먹는데 와서 스케줄 고쳐달라고 한단 말이지!"
뭔가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 싶다.
"일단 됐어, 점심시간엔 밥이나 먹자! 나중에 해야지."
"오늘 뭐 싸왔어?"
"아하, 이거 알제리 전통 국수인데. 헤츠타라고 해."
"헤츠타? 오... 신기해. 국수가 되게 얇네."
"먹어볼래?"
"응, 나 조금만 덜어줘."
나디아가 헤츠타를 이만큼 덜어주었다. 얇고 하늘하늘한 국수라서 식감이 신기하고 좋다.
"우와, 맛있어!"
"맛있다니 다행이다. 헤츠타에다 그냥 닭고기만 가져왔거든. 점심 먹고 좀 걸을까?"
영하 10도의 날씨지만 우리는 점심시간에 걷는 걸 좋아한다.
"으, 춥다! 바람만 안 불면 괜찮은데, 바람이 부니까 너무 차가워."
"공원 안에는 바람이 덜 부네."
"참, 나 아쿠아짐 등록했다. 금요일 저녁에 갈 거야."
"와, 잘 됐다! 너 수영하고 싶어했잖아. 아쿠아짐은 뭐야?"
"나도 안가봐서 잘은 모르겠는데, 수영장 안에서 여러 기구로 운동하는 거야. 물 속에서 운동하는 거지."
"오오, 재밌겠다. 아무튼 네가 좋아하는 거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맞아. 사실 애들이 셋이니까 너무 바쁘거든. 금요일 저녁에 애들 저녁 먹이고 챙기고 해야하는데... 남편이 다 할 테니까 등록하라고 하더라고. 난 신나지 뭐!"
그렇게 걷다보니 공원 안에 작은 스케이트장이 보인다. 두 연인이 스케이트를 타며 춤을 춘다.
"오, 여기 스케이트장 만들어놨네. 스케이트 가져오면 여기서 탈 수 있겠는데? 점심시간 10분~20분만이라도."
"하고 싶은데, 아직 너무 무서워. 넘어질까 봐."
스포츠 활동을 하니 일상생활에 좀 더 활기가 생긴다. 운동의 맛을 이제야 알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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