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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228

남의 부서 사무실 구경하러 가기 쉬는 시간에 루이를 만났다. (그런데 이름이 루이가 아닐 수도 있다...) 루이는 아프로비지옹 부서에서 일하는데, 아프로비지옹이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물건 조달? 공급처? 아무튼, 루이는 곧 결혼을 한다고 해서 축하를 해주었다. "결혼 준비 어때요?" "아, 조금 긴장되기도 하고. 이사도 할 거라서 돈도 많이 썼지." 루이는 말이 빨라서 좀 알아들을 때가 많다. "결혼식에 내 엑스랑 또 다른 엑스가 올 거거든." 역시 퀘벡은 뭔가 다르다. 루이의 엑스가 전여친인지 전부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기 문화는 참 쿨해. "이번에 우리 사무실 싹 바뀌었는데. 탕비실도 좋고, 사무실도 다 싹 모던하게 바뀌었어. 명상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오, 명상할 수 있는 곳도 있어요? 가보고 싶다! 나.. 2024. 4. 13.
봄이 왔다! 점심시간 호수공원 산책 - 다람쥐와 오리 오늘은 완전 봄날씨다. 눈이 다 녹고 나니 파란 잔디가 조금씩 나고 있다. 날씨도 따뜻하니 샌드위치 하나 가지고 와서 먹어도 좋겠다. 땅콩을 조금 챙겨들고 산책을 나섰다. 땅콩을 가지고 나오면 다람쥐들에게 둘러싸여 디즈니 공주님이 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ㅋㅋㅋㅋ 이 호수는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쓰이다가 봄에 눈이 다 녹으면 바닥까지 싹 긁어내고 청소한 다음 또 물을 채워준다. 그래서 항상 예쁜 호수! 올해 처음 보는 오리다! 열심히 먹이찾는 오리들 ㅋㅋㅋ 여기서 가만히 오리를 보고 있으니까 멀리서 짹짹거리는 새 소리가 들린다. 점심시간에 이렇게 휴식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땅콩을 꺼내드니 역시나 모여드는 다람쥐들 ㅋㅋㅋ 하나 던져주면 두 손으로 꼭 잡고 땅콩껍질을 열심히 까서 먹는다. 더 없어?.. 2024. 4. 12.
스트레스가 꽉 찼어! 프랑스식 제스처 점심 때는 나디아랑 함께 공원을 걸었다. 나디아는 간호사들 스케줄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나디아가 손을 이마 높이까지 올려서 흔드는 제스처를 한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찼다는 뜻이다. J'en ai assez, J'en ai ras (나 이제 한계야)! 이런 말과 함께 쓰는 프랑스식(?) 제스처다. 프랑스식 맞나? 아마 맞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손을 목 높이까지 올리고 흔들면 '목 잘렸다'라는 뜻인데, 이곳에서는 손을 이마 높이까지 올리고 흔든다. "진짜 벅차다. (J'en ai ras)!" "오늘도 너무 힘들구만. 아까 바빠 보이던데." "응, 간호사들이 부족하니까... 빈 자리가 생기면 다른 간호사들한테 전화해서 일할 수 있는지 없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다들 추가로 일하기는 싫어하니까 물.. 2024. 3. 28.
의사들에게 배운다 - 빠른 결단력 최근에는 병원에 사진사가 와서 간호사와 의사, 병동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갔다. 아마 홍보용으로 쓸 모양이다. 한 사람당 5~6개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맡은 업무는 사진을 모두에게 배포하고 홍보용으로 쓸 사진을 하나 골라달라고 요청하는 거였다. 사진 찍은 사람이 많아서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사람들 얼굴 보는 재미가 있어서 재미있는 업무다. 나는 병동에 자주 가지 않아서 간호사들 얼굴이 헷갈리기도 하고, 특히나 의사들은 회의 아니면 볼 기회가 거의 없다. 이 업무 덕분에 사람들 얼굴을 좀 익혔다. 아무튼 재미있는 건 의사와 간호사에게 사진을 보내면서 모두 똑같은 메일을 보냈는데, 의사들의 답장이 무지 빨라서 놀랐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의사들은 대부분 메일 확인하자마자 답장을 보냈다. 이게 왜 놀라운 .. 2024. 3. 26.
단식과 알제리 전통 디저트 이번 겨울에 눈이 적게 온다 싶더니, 3월 중순이 넘어서도 눈이 내린다. 아직 패딩을 집어넣을 때가 아니다. 나디아와 산책을 할 때도 추워서 짧게 공원을 돌고 돌아온다. "우리 딸 아이다가 오늘 아침에 눈 온 걸 보더니 막 춥다고 짜증을 내더라고! 하하하" "하긴, 이제 따뜻해질 때도 됐는데." "이번 겨울에는 눈이 많이 안 와서 썰매도 못 탔는데, 오늘은 썰매 탈 만큼 눈이 많이 온 것도 아니고 따뜻한 것도 아니니까!" 라마단이 시작한 지 10일이 되었다. 나디아는 계속 단식을 하고, 나도 따라서 점심만 단식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진짜 단식이 쉬운 게 아니다. '단식하려고 한다'만 벌써 열흘째... 점심 한 끼만 건너뛸 뿐인데 몸에 힘이 빠지고 배가 너무 고파서 샐러드와 바나나를 싸와서 먹었다. 그래.. 2024. 3. 21.
스트레스 받을 땐 잠깐 달리기 오늘은 금요일인데 바쁜 날이었다. 금요일에 더 바쁜 건 징크스일까? 오전에는 예산 파일 정리하고, 그러면서 미팅 예약잡고, 문서 만들고, 회의시간 바꾸고, 또 다른 회의 준비하고, 영수증 처리하고... 예산파일 정리하는 건 이사벨과 같이 했는데 오늘이 마감날이라 재촉이 들어왔다. "이따 오후에 정리할까요?" "그런데 오전 안에 다 해야 해. 우리 둘 다 접속할 순 없으니." "11시에 서둘러서 하면 될 것 같은데..." "아니야, 시간이 없다. 빈칸 다 채울 수 없으니 그냥 보내자." 모든 정보가 다 들어갈 필요는 없었나 보다. 행정 일이라는 게 주먹구구식으로 해도 어떻게든 다 돌아간다. 오후에도 회의가 있고,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니까 휴식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또 재촉이 들어온다. .. 2024.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