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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의사들에게 배운다 - 빠른 결단력

by 밀리멜리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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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병원에 사진사가 와서 간호사와 의사, 병동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갔다. 아마 홍보용으로 쓸 모양이다.

 

한 사람당 5~6개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맡은 업무는 사진을 모두에게 배포하고 홍보용으로 쓸 사진을 하나 골라달라고 요청하는 거였다.

 

사진 찍은 사람이 많아서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사람들 얼굴 보는 재미가 있어서 재미있는 업무다. 나는 병동에 자주 가지 않아서 간호사들 얼굴이 헷갈리기도 하고, 특히나 의사들은 회의 아니면 볼 기회가 거의 없다. 이 업무 덕분에 사람들 얼굴을 좀 익혔다.

 

아무튼 재미있는 건 의사와 간호사에게 사진을 보내면서 모두 똑같은 메일을 보냈는데, 의사들의 답장이 무지 빨라서 놀랐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의사들은 대부분 메일 확인하자마자 답장을 보냈다.

 

이게 왜 놀라운 일이냐면, 보통 의사들한테 "~~해줄 수 있냐" "언제 시간이 나냐" 하는 질문을 보내면 어지간해서는 답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은 한 일주일 답장 기다리다가 해달라고 재촉해야 답장을 해줄까 말까 한다. 

 

그런데 사진 골라달라는 질문은 의사들이 제일 빨리 대답했다. 내가 생각하기론, 대체로 의사들이 판단력과 선택이 빠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을 하면서도 선택해야 할 순간이 많을 텐데, 직업적 특성이려나? 자기의 사진을 골라달라는 요청은 병원 업무와는 크게 관련이 없고 급한 일도 아니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끝내버리는 것 같다.

 

 

이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보통 일상적인 선택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 편이기 때문이다. 오늘 뭘 입지? 오늘 뭐 먹지? 지하철을 탈까, 버스를 탈까? 이 사진과 저 사진 중 어느 게 더 낫지? 

 

결정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것도 습관이 될 수 있다. 바르게 판단하고 선택의 결과를 잘 예측할 수 있다면,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판단이 빠른 사람이 카리스마도 강하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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