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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스트레스가 꽉 찼어! 프랑스식 제스처

by 밀리멜리 202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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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는 나디아랑 함께 공원을 걸었다.

 

나디아는 간호사들 스케줄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나디아가 손을 이마 높이까지 올려서 흔드는 제스처를 한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찼다는 뜻이다. J'en ai assez, J'en ai ras (나 이제 한계야)! 이런 말과 함께 쓰는 프랑스식(?) 제스처다. 프랑스식 맞나? 아마 맞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손을 목 높이까지 올리고 흔들면 '목 잘렸다'라는 뜻인데, 이곳에서는 손을 이마 높이까지 올리고 흔든다.

 

 

"진짜 벅차다. (J'en ai ras)!" 

"오늘도 너무 힘들구만. 아까 바빠 보이던데."

"응, 간호사들이 부족하니까... 빈 자리가 생기면 다른 간호사들한테 전화해서 일할 수 있는지 없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다들 추가로 일하기는 싫어하니까 물어보는 것도 스트레스야."

"그렇겠다. 간호사들 좀 많아지면 괜찮으려나?"

"그럼, 당연하지! 지금은 일할 사람이 너무 없는데, 사람이 많으면 언제나 커버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거든. 커버할 땐 임금도 1.5~2배를 주니까..."

 

간호사들이 부족한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여기는 돈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하다!

 

우리는 눈이 다 녹은 공원을 함께 걸었다.

 

 

나디아가 보스 멜라니 이야기를 꺼냈다. 

 

"게다가 지금 있는 사람들도 떠나려고 하니까 그게 더 골치 아파. 근데 우리 보스 멜라니는 스트레스 하나도 안 받는 것 같아."

"그래? 나도 사람들이 좀 떠나는 건 눈치챘는데... 왜 떠나는 걸까?"

"이유는 다양하지. 아픈 사람도 있고, 북극지방에 봉사 겸 일하러 가는 사람도 있고, 임신한 사람도 있어. 그런데 멜라니는 '사람 없으면 없는 대로 해야지...' 이래. 되게 차분하거든. 나만 골치아픈가 봐."

"원래 인력문제는 보스가 고민해야 하는 거잖아! 멜라니도 스트레스 덜 받으니까, 너도 쉬엄쉬엄 해봐. 일 안 할 때는 연락도 받지 말고."

"맞아! 내 핸드폰에 앱을 깔았더니 계속 보게 돼. 요새 계속 사람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까, 걱정되어서 앱도 깔고 집에서도 연락을 받아."

"너 맘 뭔지 이해한다. 나도 그랬거든. 나도 앱 지우니까 좀 덜하더라. 있잖아, 사람들이 항상 위급, 위급(urgent)한 일이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 진짜로 위급한 일은 별로 없잖아? 진짜 응급실 일이면 몰라도."

"하하하! 맞아, 진짜 위급한 일은 하나도 없더라."

 

나는 혼자서 멜라니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 말이 맞다. 없으면 없는 대로 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애쓴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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