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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산부인과 병동의 하루

by 밀리멜리 2024.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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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병동이 문을 열고, 벌써 꽤 많은 아기가 태어났다. 출산 병동과 내 사무실은 복도 하나 차이로 가깝다. 사무실에 있으니 아기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가끔은 병동을 지나다 신생아 울음소리를 듣기도 한다.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이렇게 우렁찬 줄 몰랐다. 온 힘을 다해 우는 소리다.

 

오늘 아침은 사무실 환기통으로 누가 소리지르며 아파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상하게도 내 사무실에서만 들리고 복도로 나오자마자 들리지 않는다. 

 

"어떤 여자가 소리치는 거 들리는데... 혹시 오늘 출산하는 환자 있어?"

"응, 있어, 있어! 아침 열 시에 아기 하나 태어났어."

"오, 그렇구나!"

 

그래서 아기 엄마가 출산을 하는 줄 알았는데, 다들 내 사무실과 병동이 너무 떨어져 있다고 아기 엄마일 리가 없다고 한다.

 

"아기 엄마일 리가 없어. 내가 오늘 하루종일 출산실에 있었는걸? 여기서도 안 들리는 소리가 어떻게 거기까지 나?"

"그런가... 누군지 모르지만 불쌍하게도 아침부터 내내 소리를 질렀어."

"사무실 위층에 말기의료 치료실이 있어. 거기서 나오는 소리 아니야?"

"아... 그런가. 하지만 그렇게 소리지르며 삶을 마감한다면... 어휴, 안 됐어."

 

이 소리는 미스테리로 남았다. 나는 아기 엄마의 소리였으면 하고 바랐다. 엄마가 진통하는 소리라면 곧 아기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삶을 마감하는 치료실이 사무실 근처에 있는 줄 몰랐다. 종합병원이니 그럴 테지만. 병원이 일터라서 그런지 죽음에 대해 가끔씩 생각하게 된다.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난다면 좋겠지만, 이곳은 병원이니 죽음에도 대비해야 한다. 출산병동에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서 사산했을 때 키트를 준비하는데 기분이 정말 묘했다.

 

아기가 태어난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 모든 위험을 다 이겨내고 아기를 낳는 엄마와 세상을 맞는 아기의 목소리는 정말 우렁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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