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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밀렌과 프랑스

by 밀리멜리 2025.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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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는 썰렁하다. 다들 재택근무를 하거나 사무실 이사를 해서 그렇다.

 

그러다 목요일, 셰프들과 프랑스가 사무실에 오랜만에 와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밀렌이라는 셰프는 금발에 긴생머리인데, 잘 웃고 털털한 성격이다. 퀘벡악센트가 세서, 밀렌이 하는 말은 잘 못 알아들을 때도 많다. 톡톡 튀는 성격이다.

 

회의 중에 안건에 "메이플 시럽 주문할 사람!"하고 분위기를 가볍게 해 주기도 한다

 

"갑자기 무슨 메이플 시럽이야? 진짜?"

"응, 우리 할아버지가 메이플 시럽 농장 하시잖아."

"나 주문할게."

"요즘 메이플시럽 철이잖아. 그래서 엄청 바빠. 어휴, 얼마전에 눈폭풍 왔을 때 2주는 꼼짝을 못했다고! 그쪽까지는 제설차가 다 안 가서."

"메이플 시럽 얼마나 나와?"

"이번엔 50갤런쯤? 매년 달라."

 

평소엔 이런 대화를 못 알아들었는데, 최근 들어서 더 알아듣는 게 생긴다.

 

예전엔 듣는 척만 하고 있어서 끼어들지 못했는데, 이번엔 용기를 내서 셰프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메이플 버터도 있다면서요?"

"아, 메이플 버터도 있지. 빵에 발라먹는 건데, 메이플시럽을 뜨겁게 한 후에 젓는 거야. 크림같이 부드러워."

 

밀렌이 하는 프랑스어를 못알아들었지만, 불붙이는 제스쳐와 휘젓는 제스처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무튼 지금 생각하니 나도 하나 주문할 걸 그랬다. 메이플시럽을 크림같이 먹는다니... 맛있겠다. 

 

 

프랑스도 아침부터 사무실에 와서 비쥬를 했다. 볼을 맞대는 인사다.

 

예전에는 비쥬가 익숙하지 않았는데, 볼을 맞대면서 상대가 웃고 있음을 알게 되니 좋다.

 

프랑스는 연갈색 머리칼에 푸른 눈동자고, 가끔 안경을 벗어서 머리띠처럼 쓰고 다닌다. 

 

내가 일하기 시작할 땐 연구원이었는데, 지금은 임원이 된 지 2년째다.

 

"와, 프랑스 분위기 멋있어졌어. 카리스마있네."

"그래? 고마워."

 

프랑스는 제스쳐가 더 커지고, 자세도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19살 아들, 17살 딸, 13살 아들의 엄마인 그녀는 점심시간에 이런 얘기를 한다.

 

"쁘띠 앙팡, 쁘띠 프로블렘, 그랑 앙팡, 그랑 프로플렘. (애들이 작으면 문제도 작고, 애들이 크면 문제도 크지.) 요즘 애들때문에 걱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