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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나디아와 공원 속 레스토랑에서 수다떨기

by 밀리멜리 2024.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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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점심은 나디아와 함께 공원 속 식당에 가기로 했다.

 

나디아와 산책하면서 자주 봤던 식당이다. 

 

공원 속 호수 바로 옆에 있는 식당인데 분위기가 정말 좋다.

 

 

할랄 음식이 아니면 고기를 먹지 않는 나디아를 생각해 비건 버거를 주문했다.

 

비건 버거에는 병아리콩으로 만든 팔라펠이 들어간다.

 

음 맛있어!

 

비건 음식도 꽤 맛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고기 패티 대신에 팔라펠, 감자튀김 대신에 감자샐러드

 

건강하기는 하다만 약간 양에 비해 비싼 감이 든다.

 

하지만 분위기랑 경치가 예쁘니까 그 맛으로 먹는 거지.

 

 

나디아랑은 정말 많이 친해졌다. 

 

나디아는 업무가 너무 과중해서 전근 신청을 했고, 여름휴가가 지나면 곧 떠나게 되어 아쉽다.

 

나는 나디아랑은 터놓고 이야기를 잘 하는데, 다른 간호사들이랑은 좀 서먹서먹하다.

 

딸이 셋이나 있는 나디아와 있으면 꼭 아이들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우리 애들 방학식 했거든. 사진 보여줄까?"

 

하고 둘째딸의 학교 방학식 비디오를 보여준다. 

 

둘째가 하는 짓이 귀엽기도 하지만, 어쩐지 귀한 딸인 것 같다.

 

"첫째는 알제리에서 낳았고, 첫째가 아기일 때 캐나다에 왔거든. 그리고 나서 두 번이나 유산을 했어. 그래서 그때 있던 병원에 안 좋은 기억이 있긴 해. 그리고 나서 태어난 게 둘째 아이다야. 얼마나 기뻤던지."

 

두번 유산 후에 낳은 딸이니 얼마나 귀할까.

 

세 딸 중 나디아가 가장 좋아하는 딸은 둘째인 것 같다. 함부로 말할 건 아니긴 하지만...

 

나디아가 딸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는 둘째아이의 이름밖에 모른다. 이름은 아이다, 정말 예쁜 이름이다. 첫째, 셋째도 이름을 말했어도 내가 못 알아들은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다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게다가 아이다는 엄마 직장 이야기를 많이 듣고 엄마의 동료들에게 끈팔찌를 만들어 다 선물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흐뭇해지는데 아이다가 엄마인 나디아에게 전화를 했다.

 

"알로 하비비(안녕 내사랑). 아???!!! @#$$^%%$$#!"

 

아랍어로 하비비는 달링, 내사랑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나디아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지며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섞어가며 뭐라뭐라 막 막하더니 전화를 끊는다.

 

"왜, 무슨 일이야?"

"아이다가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늘려달래. 이거 봐, 지금 점심시간인데 벌써 3시간을 다 썼지 뭐야! 그럼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스마트폰만 썼단 얘기잖아. 방학 시작하자마자 이런다."

"그래? 무슨 앱 썼는지도 알 수 있어?"

"유튜브 30분, 스냅챗 2시간 반이네! 어휴. 이건 진짜 속상하네. 달라니까 줘야지 뭐."

"안 주면 어떻게 반응해?"

"안 주면 벌받는 거라고 생각해. 자기도 권리가 있다면서."

"아, 부당하다 (injuste)라는 말 많이 쓰지?"

"맞아, 맞아! 요즘 딱 그런 말 많이 쓰더라고. 부당하다, 권리가 있다, 그런 말 좋아하더라. 다른 액티비티도 하면 얼마나 좋아.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고."

"그럼 3시간 주고 난 후에는 딱 액티비티 하고 보상으로 더 주는 건 어때. 그냥 달랄때마다 주지 말고, 예를 들어 뭐 액티비티를 한 증거를 사진으로 보내게 한 다음 사용시간을 더 주는 거야. 그럼 벌받는 거라고 생각도 안 할 테고."

"그것도 방법이겠다. 그래, 벌받는 것보다는 보상이 낫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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