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1 점 유나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렇게나 올려 묶은 머리는 시간이 갈수록 아무렇게나 흐트러졌다.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옆자리 운전석에 앉은 강석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유나의 귀에 대고 욕지기를 하더니 금세 술이 깬 모양이었다. 강석의 얼굴에 후회의 빛이 어렸다. 하지만 조금 전 뺨을 크게 한 대 맞은 유나는 귀가 먹먹해져 흐린 눈으로 강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멍 심해지겠다. 마사지 잘해서 풀어." 유나는 그저 체념한 듯 웃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차 문을 열고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유나의 크림색 니트 카디건이 스르르 떨어져 가녀린 어깨가 드러났다. 흰 피부 위에 보이는 시린 멍 자국이 아직은 쌀쌀한 그 날 새벽하늘 색깔 같기도 했다. 강석은 떠나는 유나를 굳이.. 2020. 9.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