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오늘 드디어 다 읽었다.
다 읽는 데 두 달이 넘게 걸린 것 같다.
한국어 제목은 '찰리 조 잭슨의 책 안 읽고 사는 법'이다.
책이 읽기 싫은데 읽고 싶은 이 마음을 잘 나타내주는 책이다.
나는 한국어로 책을 읽으며 좀 안 좋은 버릇이 들어버린 것 같다.
중학생 때 속독을 배워서 책을 엄청 빨리 읽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부러워서 속독 비법을 물어보고 따라해서 연습했다. 따라해보니 속독이 정말 가능하긴 가능했다. 디테일을 놓치긴 했지만. 아무튼 성격 급한 나한테는 딱 좋은 방법이었다. 수능 칠 때도 도움이 되고, 판타지소설 같은 건 금방금방 해치울 수 있었다.
근데 그렇게 버릇을 들여놓으니, 자세히 읽어야 하는 텍스트가 있으면 귀찮아졌다.
책 읽는 게 너무 답답해진 것이다!
예전처럼 빠르게 한국어 책을 읽고 싶은데, 전자책 리더기가 오래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막써서 그런지 배터리도 금방 닳고 자주 먹통이 된다.
그래도 뭐 주어진 상황에 맞춰야지 어쩌겠나.
외국에 나왔으니 여기 상황에 나를 맞춰야 할 일이 많이 생긴다.
덕분에 원어로 읽어보려고 도전을 했다.
그치만 이게 생각보다 너무 답답하다.
모르는 단어 사전도 찾아야 하지,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니 재미도 덜하고...
다시 생각하니 내가 너무 날로 먹으려고 했던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외국어로 읽는 건데.
당연히 모국어보다 더 노력을 해야 하는 게 맞지만
아무튼 노력하기가 너무 귀찮다.
노력 안 하고 잘 읽을 수는 없을까?
그게 바로 이 책 제목이다.
책 안읽고 사는 법.
내 마음을 나타내 주는 것 같은 삽화.
귀찮아서, 재미없어서, 노력하기 싫었지만
결국엔 끝까지 다 읽었다!
다 읽으니 뿌듯하긴 하네.
이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찰리는 꾀돌이지만 책 읽기를 너무너무 싫어한다. 책을 읽고 발표하는 숙제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책을 안 읽고 발표 점수도 잘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머리는 비상하게 돌아가는 찰리는 친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면서 책을 요약해달라고 비밀거래를 한다. 그러나 이 거래는 금방 들켜서 부모님께 벌을 받는다.
벌을 받아도 책읽기는 여전히 싫은 찰리. 이번엔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다른 미끼를 쓴다. 그 방법은 바로, 자기가 짝사랑하는 여자애와 범생이 친구를 엮어주고 그 대가로 책 요약본을 받는 것이었다(!) 찰리는 범생이 친구에게 요약본을 받아 과제를 무사하게 잘 끝낸다. 그런데, 짝사랑녀와 범생이 친구를 엮어준 건 좋은 선택이었을까?
친구들은 커플이 되더라도 일주일이 못 지나 깨지니, 이 커플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찰리가 예상하지 못한 건 짝사랑녀와 범생이 커플이 학기말까지 쭉 알콩달콩한 사랑을 이어나간 것이다. 이 커플이 학기말 댄스파티에서 볼뽀뽀를 하는 걸 보고 찰리는 마음이 쓰려온다.
알콩달콩한 커플은 댄스파티의 대표로 뽑힌다. 마이크를 들고 전교생 앞에서 '찰리에게 책을 요약해준 덕분에 사귀게 되었다'는 소감을 전한 범생이 친구. 갑자기 분위기는 싸해지고 찰리의 비밀 계획이 다 들통나 버린다.
발칙한 비밀거래 때문에 찰리는 학교장에게 불려가고, 부모님도 불려온다. 교장선생님은 책 10권을 읽고 요약하거나, 책 한 권을 쓰라는 벌칙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책을 읽기는 정말로 싫었던지, 책 한 권을 쓰는 벌칙을 택한 찰리. 그렇게 나온 것이 바로 이 책, '찰리 잭슨의 책 안 읽고 사는 법'이다.
이 책의 작가가 아들이 조금이라도 책을 더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쓴 책이라는데,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다. 덕분에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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