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컬쳐리뷰/책 리뷰

꿀벌의 예언 독후감 - 베르나르 베르베르

by 밀리멜리 2024. 2. 27.

반응형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꿀벌의 예언을 읽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소설은 꿀벌을 소재로 한다. 가까운 미래에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의 수분이 되지 않아 식량위기가 온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지. 바로 그 기후변화를 다루고 있어서 특별한 작품이다.

 

환경문제를 가지고 재미있는 글을 쓰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환경문제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후변화, 기후변화 말로는 많이 걱정하지만 사실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가 너무 더워져 살기가 힘들다. 알고는 있지만 아무도 손대려 하지 않는 문제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덮어두고 모른 척 하고 싶은 주제인데, 과감히 이 주제를 소설로 만들어서 흥미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대단하다. 

 

주인공 르네는 최면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 수 있다. 미래의 63살 자신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미래의 자신은 주름이 가득하고, 허리가 굽고 배가 나온 피폐한 모습이다. 

63살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르네는 63살의 자신에게 지혜를 얻고자 질문을 한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요?"
"운동을 해서 복부 근육을 강화하게. 뱃살이 쪘어. 지금부터 당장 운동을 시작하게."
"저한테 주는 지혜의 말씀이 복근운동을 해라, 이 한마디란 말씀이세요?"
"그래. 그래주면 참 고맙겠네. 자네 몸을 내가 물려받아야 하니까."

 

운동을 하라는 건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 아닐까. 아무튼 이 대목에서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63살의 르네는 꿀벌이 사라진 미래에서 식량위기가 생겨나고, 그 때문에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난다는 걸 알려준다. 르네는 이 전쟁을 막을 열쇠가 과거 중세시대에 있다는 힌트를 얻고, 최면을 통해 중세 십자군 전쟁 시대를 여행한다.

 

최면을 통해 전생을 볼 수 있다는 소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전작 '기억'에서도 나온 적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억 리뷰 - 꿈에서 전생을 볼 수 있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억 리뷰 - 꿈에서 전생을 볼 수 있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은 언제나 그 상상력과 소재에 놀라게 된다. 처음 를 읽었을 때, 개미의 시선으로 인간 세계를 바라본다는 상상은 한번도 해본 적 없었기 때문에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milymely.tistory.com

 

작가가 최면을 통한 전생에 정말 큰 관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실제로도 프랑스에서 최면을 통해 관객들이 전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공연 투어를 하고 있다. 아마 이 책도 자신이 직접 전생체험을 하며 쓴 글이 아닐까? 작가만 답을 알겠지만.

 

전작 기억이 전생을 다뤘다면, 꿀벌의 예언은 미래를 다루고 있다. 미래에 생길 일을 미리 알고 그 일을 막는다면, 예언된 미래는 없어지는 걸까? 아마 그건 어떤 미래를 관측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 책에는 '구부러진 시간'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일직선이 아니라 현재에 있는 사건이 과거에도 영향을 주고, 과거 사건이 미래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시간 여행

 

하나 또 재밌었던 것은 주인공 르네가 중세시대 십자군 전쟁때로 전생체험을 할 때, 전생의 자신과 만나는 장면이다. 그의 꿈에 나타난 르네는 흰 튜닉을 입고 날개를 달아 천사 행세를 하고, 자신을 '성 르네'라고 소개한다. 이거 좀 민망한 거 아냐? 천사인 척을 하다니!

 

소재가 재밌긴 하지만 주인공에 대한 매력이 좀 부족한 건 사실이다. 정신을 집중해 시간을 넘나들 수 있다는 능력을 빼면 르네는 좀 빈약한 인물이다. 초반에 집과 공연장을 뺏기고, 연인도 잃어버리는데, 이 부분이 잘 마무리되지 않은 채 어슬렁 결말이 지어진다. 르네는 책임감도 부족한 편이고, 다른 사람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미적지근한 태도로 여행을 하다가 갑자기 엉뚱하게 화를 내거나, 앞서 말한 것처럼 천사로 가장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력적인 조연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캐릭터들이 좀 아쉽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책이 명상적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고, 역시나 상상력이 넘쳐나는 글이라 재밌게 읽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