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읽었다. 유튜브에서 Samurai meditation 음악을 찾아 틀고 들으니 내가 다 전투에 임하는 무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2JvMga7bPB0&list=RD2JvMga7bPB0&start_radio=1&t=1011s
읽으면서 밑줄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무장된 자는 사소한 일로도 대세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는 1척밖에 안 되는 작은 원형을 확대하여 대불을 건립하는 것과 같다."
나는 중세시대 무사가 아니지만, 무장된 자로부터 그의 마음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무사뿐 아니라 전략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작은 신호나 단서로 전체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 전략적 직관력이 필요하다는 말은 나도 최근 들어 그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작은 것에서도 큰 구조와 의미를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싶다.
그러려면 작은 것부터 잘 관찰해야 한다. 아침에 들은 어떤 말 때문에 내가 기분이 흔들렸다면, 그 감정의 뿌리는 내 내면의 욕구나 상처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누군가 반복적으로 질문을 피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불안을 드러내는 신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핸드폰 확인으로 하루를 시작하느냐, 명상 3분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을 잘 모르면 자신을 알 수 없다. 그 인식이 부족하면 다양한 일을 행함에 있어 부정한 마음이 생길 수 있다.”
남을 이해하려는 태도로 다가갈 때 진짜 나를 볼 수 있다. 타인을 비교대상으로 삼으면 질투나 우월감이 생기지만, 공감하려고 보면 욕망을 정화할 수 있다. "저 사람은 왜 잘할까?" 보다 "그는 어떤 배경과 감정 속에서 저걸 했을까?" 라는 질문으로 바꿔볼 수 있겠다. 리더십이나 협업할 때, 상대의 입장과 성향을 읽을 수 있다면 무의식적인 오만이나 방어적인 태도를 줄일 수 있다.
상대의 눈과 칼끝, 주먹의 움직임을 통하여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낸다.
누군가의 말보다 눈빛과 손의 떨림, 말하기 전의 침묵에 집중한다. 그 속에 진심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 몸의 반응을 통해 내 마음을 더 정확히 알게 되었다. 긴장할 때는 손이 식고, 불안할 때는 말이 빨라지며 분노할 때는 어깨가 올라간다. 몸은 거짓말을 못 한다.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리한 장소를 선점하는 것이다. 우선 위치를 정하는 데 해를 등진다는 원칙이 있다.
(...)
적을 내려다본다는 말이 있다. 조금이라도 적보다 높은 곳에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내에서는 윗자리를 높은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스스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할 때 내게 가장 유리한 환경은 어떤 환경인가?
조금 더 넓게 보자. 대화 자리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앉는 자리, 말하는 환경, 공간적 감각을 전략화하자.
있는 것을 알고 비로소 없는 것을 아는 것이 공이다.
공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있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이 인상깊다. 내가 가진 것, 할 수 있는 것, 내게 축적된 것을 먼저 보자.
그 외에 밑줄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모든 행위는 적을 베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적이 자신 쪽으로 다가올 때 무방비 상태인 듯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막상 적이 가까이 오면 갑자기 확 물러서서 적의 빈틈을 단숨에 공격하여 승부를 결정짓는다.
병법을 자유롭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적의 생각을 헤아려서 이기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의 눈을 강화하여 적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현장 상황을 살핀 뒤 형세에 주목하여 전투에서 어느 쪽이 유리한지 판단하고, 그때그때 적군과 아군의 강하고 약함을 파악해서 확실한 승리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나의 병법에서 발을 움직이는 방법은 싸울 때나 평상시나 별 차이가 없다. 평소 길을 걷는 것처럼 적의 박자에 따라서 서두를 때와 가만히 있을 때의 몸 상태에 맞춰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걸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평상시나 전투할 때나 조금도 다를 바 없이 넓은 시야에서 진실을 추구하고,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해이해져서도 안 된다.
마음은 몸의 움직임에 끌려가지 않고, 몸은 마음에 끌려가지 않아야 한다.
한 분야에서 고수라 불리는 사람의 동작은 결코 빨라 보이지 않는다.
마음의 흔들림 없이 항상 부지런히 지혜와 기력을 갈고 닦아 마음의 눈을 맑게 하여 미혹의 구름이 걷힌 깨끗한 상태야말로 참된 공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병법의 길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스스로 비상한 역량을 터득해서 일에 임해서는 그 상태를 파악하여 스스로 적을 공격하고 스스로 상대한다. 이것이 모두 공의 길이다.
《오륜서》를 읽는다는 건, 검을 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전투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사시는 좋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승부는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감정의 흐름, 관계의 균형, 나의 리듬… 이 모든 것을 읽고 나만의 위치를 세우는 훈련. 이것이 곧 그의 병법을 현재 삶에 적용시키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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