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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나의 고베 여행기 - 여행 계획은 그때그때 대충 짜는 편

by 밀리멜리 202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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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가고 싶어 좀이 쑤신다. 예전에 여행을 갔던 기억이 너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10년 전에 친구들과 갔던 일본 칸사이 여행이 생각나 글을 쓴다. 다른 사람들은 여행 갈 때 계획을 촘촘히 짜는지, 아니면 나처럼 대충 다니는지 궁금하다. 게다가 짐도 많이 들고다니는 것을 싫어해서, 웬만하면 해외를 가더라도 캐리어 없이 책가방에 옷 몇 벌을 구겨 넣고 털렁털렁 다닌다. 

 

이렇게 다니면 그때그때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고, 당황하고, 도움을 주고받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생긴다. 하지만 여행에서 생긴 어려운 일들은 여행이 끝나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이 말을 한 것 같다.)

 

그렇다고 촘촘하게 관광 계획이 짜인 여행도 싫은 건 아니다. 계획된 여행이 싫다기보다, 나는 그런 계획을 짤 능력이 없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여행 계획 잘 짜는 사람 정말 대단해

 

그때는 고맙게도 한 친구가 빽빽하게 여행 계획을 짜 왔다. 덕분에 오사카와 고베, 나라, 교토 등 웬만큼 유명한 장소는 모두 편하게 눈도장을 찍고 돌아왔다. 그러다 딱 하루, 친구들의 계획을 따르지 못할 것 같아 혼자만 여행하기로 했다. 이때 혼자 여행한 기억이 평생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에게 잘 말하고 하루만 나 혼자 여행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 전날밤까지도 아무 계획이 없었다. 게다가 로밍도 하지 않았고 숙소에 와이파이도 없었다. 그날 밤, 친구들은 벌써 다른 곳으로 떠나고 나는 숙소에 혼자 남아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지도를 펴고 여행지를 골랐다.

 

나가기 직전에서야 어디 갈지 고민을 했다

안내소에서 받아온 일본 간사이 지하철 노선도를 펴고, 내 지하철 패스권으로 갈 수 있는 곳을 동그라미치기 시작했다. 고베의 스테이크가 맛있었는데, 스테이크 먹으러 고베를 한 번 더 갈까? 싶다가 고베 근처에 히메지 역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히메지 성이라는 곳,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한번 보러가야겠군. 아라시야마 온천이라는 곳도 지하철로 갈 수 있네? 이왕 일본에 왔으니 온천도 가야지. 히메지 성, 고베 스테이크, 아라시야마 온천. 이 정도만 갔다 와도 충분히 재미있겠군!! 이게 내 여행 계획의 끝이었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 지금 봐도 완벽한 계획이다

 

혼자 여행하는 날 아침, 기분이 이상했다. 지금까지는 친구들에게 의지했지만 이제는 나 혼자라는 생각에 조금 무섭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기초 일본어를 좀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그것도 십년이 지나니 다 까먹긴 했지만...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아침으로 먹고, 숙소에서 우메다 역으로 향했다. 우메다 역은 주요 환승지여서 여행 때마다 자주 찾는 역이다. 그래서 익숙하리라 생각했는데, 고베 행 열차를 어디에서 타야 하는지 도통 보이지 않았다!! 역무원에게 가서 물었다.

 

"실례합니다. 고베에 가고싶은데요..."

 

하면서 지하철 노선도에 히메지 역을 보여주었다. 역무원은 동그라미 쳐진 지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 고베는 이쪽이 아닌데요. 저를 따라오세요."

 

하면서 직접 열차를 타는 곳까지 데려다주었다. 과연 오사카의 우메다역은 환승역답게 엄청 복잡했다. 고베를 향하는 열차 플랫폼에는 두 대의 열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하고 전철을 타려는데, 두 대 중 어느 전철을 타야 할지 막막했다. 다시 역무원을 돌아보니, 그 사람이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왼쪽을 가리켰다.

 

나도 따라서 손으로 왼쪽을 가리키며 입모양으로 '여기?' 했더니 역무원이 손으로 따봉을 해 보였다. 그리고 잘가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여기? 여기!

세상에 참 역무원이 친절하기도 하지... 나는 아직까지도 이보다 친절한 역무원을 본 적이 없다. 

 

오사카에서 고베로 가는 열차는 새 열차였는지 안이 반짝반짝할 만큼 깨끗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승객도 얼마 없었다. 역무원이 좋은 열차를 골라준 덕분인지 아니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무튼 긴장되었던 기분이 사라지고 엄청나게 설레기 시작했다. 열차 안으로 들어온 아침 햇살이 부서지듯 환하게 빈 좌석을 비추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창밖을 보니, 오사카 도심의 커다란 백화점을 보이고 곧 주택가가 나왔다. 도시 중심가에는 5~6층 정도의 빌라가 군데군데 있었지만, 더 지나가니 짱구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집과 비슷하게 생긴 이층집들만 가득했다. 일본에는 정말 주택이 많구나... 짱구 애니메이션이 고증이 철저한 편이군 ㅋㅋㅋ

짱구네 집

얼마나 갔을까.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는데,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열차 밖으로 보이는 아침 바다는 너무나도 푸른색이었는데, 이런 풍경을 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아름다웠다.

 

열차 밖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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