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해바라기 그림은 돈 들어오는 그림이래."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싶었는데, 불현듯 왜 해바라기가 돈 들어오는 그림인지 궁금해진다. 인스타그램에서 #돈들어오는그림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해바라기 그림이 꽤나 많이 나오는데, 그냥 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해바라기가 재물을 끌어당긴다는 이야기는 풍수지리와 관련되어 있다고도 한다. 해바라기 꽃은 태양의 기운을 받아 움직이고, 해바라기의 색이 금색이라 금전운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뭔가 좀 삐딱해진 모양이다. 자꾸 엉뚱한 생각이 든다.
정말 해바라기가 돈 들어오는 그림이라면, "해바라기 화가"라고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는 억만장자로 살았어야 하지 않겠는가?
빈센트 반 고흐는 해바라기를 정말 좋아했다. 해바라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생전에 "해바라기 화가"라고 불리길 원했다고 한다. 고흐의 친구 폴 고갱은 그런 그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는데, 그것이 바로 윗 그림이다. 이 그림 덕분에 고흐가 "해바라기 화가"라고 불리게 되었으니 그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고흐는 왜 이렇게 해바라기를 좋아한 것일까?
고흐가 파리에서 그림을 그릴 당시에는 정물화를 주로 그렸다. 그러다 처음으로 해바라기를 그렸고, 파리에서 그 그림을 본 폴 고갱이 감탄하며 칭찬을 보내주었다.
죽을 때까지 단 한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다는 빈센트 반 고흐가 동료 화가의 칭찬에 얼마나 감격했을지. 당시 고흐는 폴 고갱의 명성을 듣고 동경하고 있었다. 고흐는 흐뭇한 마음에 "해바라기를 그리는 게 역시 좋은 방향이겠구나" 싶어서 계속 해바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더니, 고흐가 해바라기 그림을 그린 계기도 역시 칭찬이었나 보다. 고흐는 칭찬을 받아 너무 기쁜 나머지 해바라기를 계속 그리기 시작한다.
고흐는 지긋지긋한 파리를 떠나, 따뜻한 남쪽지방 아를로 이사를 갔다. 이곳에 아티스트 커뮤니티도 만들어서, 화가들끼리 그림도 그리고 서로 영감을 주고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고흐의 '아를 아티스트 그룹'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화가는 얼마 없었다.
딱 한 명이 함께하겠다고 나섰는데, 바로 해바라기를 칭찬해 주었던 고갱이었다. 반가운 연락을 받은 고흐는 기쁜 나머지 친구를 맞이하기 위해 게스트룸을 예쁘게 장식하기로 마음먹었다. 돈이 없었던 고흐가 방을 장식할 방법은 역시나 그림밖에 없었다.
무엇을 그렸겠는가? 당연히 칭찬을 받았던 해바라기였다!
이 때 일주일에 무려 4개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려 냈다. 엄청난 속도 아닌가? 친구 오는 것이 얼마나 좋았길래?
전세계 박물관에 걸린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보면 모두 비슷비슷하다. 비실비실하게 힘이 없어서 아래를 향하는 그림도 있고, 꽃이 다 져서 씨만 남은 해바라기들이 꼭 등장한다. 게다가 모두 꽃잎이 뾰족뾰족한 품종이다. 고흐가 특히나 시들시들한 작품을 여러 개 그렸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고흐가 고갱에게서 받았던 첫 칭찬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일 거라고 혼자 짐작하고 있다.
후에 고갱이 아를에 도착하고, 게스트룸에 걸린 그림들을 보면서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이 때 고갱이 한 말은 아직도 기록에 남아있는데, "Completely Vincent! (완전 빈센트스럽군!)" 라고 했다고 한다. 아마 고흐는 좀 더 멋진 칭찬을 원하지 않았을까? 후에 해바라기가 걸린 노란 방에서 고흐가 고갱과 싸우고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고흐에게 "해바라기의 의미가 무엇이냐?"라고 묻자, 그는 "해바라기는 감사를 상징한다."라고 말했다.
고흐는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 작품의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87년 소더비 경매에 팔렸던 해바라기 그림이 4백억 원에 낙찰되었고, 일본 도쿄 신주쿠 세이지 미술관에 있는 해바라기 그림은 현재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나 아를에서 그린 해바라기는 역사상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정말 해바라기 그림은 돈들어오는 그림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매사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풍요롭게 산다고 하지 않는가? 고흐가 친구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그리는 아름다운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 해바라기가 몇천억원을 호가하는 것이 납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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