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함께 밖에 나가서 점심 회식을 했다. 나랑 넷지는 거의 도시락을 싸오는 편이고, 다른 동료들은 카페테리아에서 사 먹는 편이다.
이번 회식은 어쩐지 급 결성된 감이 있는데...
얼마 전, 너무 바빠서 점심시간을 넘게 일했던 날이 있었다. 점심 시간이 다 끝나서야 프랑스와 마리크리스틴이 은박지에 싼 샌드위치를 가져와서 먹고 있길래 물었다.
"밖에 다녀와서 사왔구나? 맛있어?"
"응, 그런데 너무 오래 기다렸지 뭐야. 그래서 식당에서 못먹고 싸왔어. 너도 같이 가자고 부르려고 했는데 없더라고."
"아, 다음에 꼭 같이 가자!"
'다음에'라는 말은 바로 다음주가 되었다. 이건 좀 놀라웠다. 이것도 문화 차이인가?
언제 한번 먹자! 라고 말하고 흐지부지되는 일이 잘 없다. '같이 뭘 하자'고 하면 약속(랑데부)부터 잡는다.
몬트리올 사람들이 그런 건지, 아니면 내 동료들이 특히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나가는 말로 먹자고 했는데, 마리크리스틴은 식당 예약까지 딱 해버렸다.
요즘은 가을햇빛이 따뜻하다. 사무실에만 있다가 나와서 햇빛을 쬐니 정말 좋다.
"메뉴 뭐 먹지? 마리크리스틴, 저번에 뭐가 맛있었어?"
"난 저번에 샌드위치 먹었어. 난으로 만든 그릴 치킨 랩. 괜찮던데!"
"여기 감자 오븐구이도 있네. 이것도 괜찮아 보이는데... 치즈가 위에 있다고 하네."
마리크리스틴은 먼저 고르고, 다른 사람들은 샌드위치와 감자구이 중에 뭘 먹을까 고민했다. 그 때 넷지의 한 마디,
"우리 샌드위치 하나, 감자 하나 시켜서 나눠 먹을래?"
"오오.. 좋은 생각이다. 그럼 둘 다 먹을 수 있겠네!"
메뉴를 고르며, 또다시 버섯을 먹지 않는 크리스틴의 입맛이 이야기거리에 올랐다.
"너 말이지, 진짜 입맛 까다로워. 버섯 안먹지, 생양파 안먹지, 콩 안먹지."
"아니, 그렇게 까다로운 편 아닌데..."
"그럼, 가지는 먹어?"
"아, 가지! 가지 안 먹어. 식감이 좀..."
"그것 봐. 역시 까다롭다니까? 다 먹어봐야지! 이거 다 너 좋으라고 이야기하는 거야. 좋아하니까 뭐라고 하는 거지. 이거 속담이야. Qui aime bien, châtie bien."
"끼 엠 비앙, 샤티 비앙... 뜻 한번 검색해 볼게. 다른 사람의 결점을 고치기 위해서 잘못을 말해 주는 것.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잘못을 들추어 내는 것을 말한다."
"봐,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그치만 버섯은 싫어."
결국 크리스틴은 생양파를 빼고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했다. 마리 크리스틴의 잔소리는 계속 되었다.
"생양파가 얼마나 몸에 좋은데. 소화에도 좋고..."
"그래도 익힌 양파는 괜찮아."
"하긴, 카라멜라이즈된 양파가 맛있긴 하지."
나눠먹기로 한 감자 요리가 나왔다. 치즈가 많아서 나는 좀 불편할 뻔 했는데, 나눠 먹으니 괜찮았다.
"나눠먹으니 진짜 좋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아, 너희 나눠먹다니 좀 질투가 나네!"
"마리크리스틴, 넌 먼저 주문했길래... 같이 나눠 먹자, 이거!"
감자 하나가 꽤 커서 여러 명이 나눠먹을 수 있었다.
밖에서 외식하자고 한 마리크리스틴 덕분에 훨씬 기분이 좋아졌다. 햇빛을 쬐며 걸어서 그런가, 맛있는 음식을 수다떨면서 먹어서 그런가. 아무튼 오전 내내 엑셀파일을 보느라 머리가 아팠는데, 기분이 좋아지니 할 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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