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이 유난히 따뜻하더니 결국 북극바람이 왔다. 어제는 영하 28도까지 내려가고 체감온도는 영하 40도였다!! 이렇게 익스트림하게 추운 날은 길가는 사람들 표정이 모두 잔뜩 굳어 있다. 어느 수염을 기른 아저씨는 수염이 꽁꽁 얼어붙었다. 후아...🥶
그나마 오늘은 영하 20도, 체감온도는 영하 30도로 어제보다는 좀 낫다. 입춘이라던데, 이게 마지막 추위인 듯 싶다. 내일부터는 갑자기 온도가 확 올라간다.
"어떻게 하루만에 20도가 오르냐고~!"
황당해하는 찬이 ㅋㅋ
날씨가 춥지만, 그래도 입학설명회에 가서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날씨가 꽤 추운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어서오세요~ 어느 과 입학하고 싶으세요?"
"저, 침술학과요."
"아, 역시 침술이 인기가 많네요."
역시 경쟁이 꽤 심한가 보다. 그래도 이제는 그냥 마음 놓고 구경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둘러보았다.
설명회장은 꽤나 북적북적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스태프가 다가와서 "궁금한 거 있으세요?"하고 물어본다. 사실 궁금한 건 별로 없는데, 그냥 서류 내는 거 어떻게 하는지 한번 물어보니, 친절하게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해 준다.
"여기서 계정을 만들고... 성적표 파일이랑 자기소개서를 올리면 돼요!"
"아, 네. 음... 자기소개서랑 성적표는 pdf로 올리나요?"
"네, pdf랑 자기소개서는 워드면 되죠."
이렇게 괜히 그냥 한 마디 물어보고 왔다.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교실을 둘러보고 왔다. 너무 신기해!
여기서 어쩌다가 멜리사라는 동갑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함께 따라온 찬이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서 내게 친구를 만들어주었다. 내가 멍때리고 있는 사이, 찬이가 먼저 멜리사와 이야기를 하며 말을 트기 시작했다. 엄청난 능력이야, 이거...
"난 회계사인데, 일이 너무 싫어졌어. 하루종일 숫자만 보고 있어야 하고, 작년에는 번아웃까지 왔다니까. 그래서 새로운 길을 좀 찾아보려고. 넌 뭐 하니?"
"난 병원 비서야. 나도 새로운 길을 찾고 싶어서 왔어. 솔직히 일 자체는 좀 지치지만 재미는 있거든. 큰 불만은 없는데, 아무래도 비서는 승진기회나 미래가 넓지 않거든. 계속 그 자리에 있는거라서. 그래서 여기 공부하고 싶어."
"나도, 나도! 사실 침술은 익숙하거든. 어머니가 하셔서. 뭐, 내가 해본 적 있는 건 아니지만!"
"나도 여기 있는 물건들이 많이 익숙해.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거든."
"와, 우리 나이도 같고 비슷한 점이 많네! 정말 같이 여기서 만났으면 좋겠다."
멜리사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에너지가 밝고 명랑한 친구다. 처음 보는 내게 인생 이야기와 전남친 이야기까지 모두 말해주다니... 나는 거의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고 말은 멜리사가 다 했다. 이것만으로도 입학설명회가 너무 재밌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뭔가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지하상가에 들렀다. 이렇게 추운 날은 지하상가 구경하는 게 최고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지하철 역 스테인드글라스 앞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이 있다! 지하철역에 음악 연주하는 사람이 있으면 운이 좋다. 걸으면서도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
서점 구경을 하다가 재밌는 책을 발견했다. 분재 키우는 법.
식물에는 영 관심이 없었는데, 화분 사고 블로그 쓰면서 식물 키우고 싶어졌다. 이런 화분 너무 귀여운데,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구나. 난 선인장이나 하나 키울까 보다.
스티커! 난 스티커가 좋다...
한글이 쓰인 스티커가 있어서 무지 반가웠는데, 사진을 못 찍었다.
카드 파는 곳. 여기서 카드세트를 하나 샀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카드 보내는 것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카드를 쓰면서 그 사람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좀 더 진솔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일반 배편으로 보내니 엄청 오래 걸린다는 건 이제 알았지만...😂 덕분에 카드가 도착했다는 연락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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