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리가 한국영화 예고편을 봤다며 말을 꺼냈다.
"브로커라는 영화 알아? 넌 알 것 같은데... 한국 영화거든!"
"어? 그거 혹시..."
"출연배우가, 송..캥오 나오는 영화인데."
"송캥오...? 아, 송강호! 그 영화 들어봤어! 벌써 봤어?"
'캥오'라는 발음에 갸웃했는데, 어색한 한국어 발음에 마리가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송강호? 발음 맞아?"
"오, 완벽해!"
"브로커 이 영화 개봉한 지 얼마 안된 건데. 우리 팀 다 같이 보면 어떨까 싶어서."
"음... 한국 영화 보면 나야 좋지."
"그렇지? 확실히 이국 땅에서 자기 나라 영화 보면 좋을 거라 생각했어. 베이비박스에서 아이를 데려온다는 게 내용이라는데. 베이비박스가 뭐야?"
"아... 영화에 베이비박스가 나오는구나. 나도 옛날에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 있는데, 버려진 아이를 베이비박스에서 받아서 키우는 거야."
"뭐? 그럼 실제로 박스가 있어? 실화야?"
"음, 영화는 실화가 아니겠지만 실제로 그런 박스가 있어. 개인이 지원을 받아서 아기를 키우고."
"세상에... 개인이?!"
"아마 교회 목사님이었던 걸로 기억해."
우리 팀이 특히나 아동복지 쪽이다 보니, 그런 박스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퀘벡에서는 국가가 버려진 아이들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나도 아동의료복지에서 일하다보니, 당연히 국가가 나서서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물론 환경이 다르고 자원이 다르니 안타깝긴 하다. 이런 걸 설명해야 하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아무튼 이 영화 보러 갈래?"
"언제?"
"가고 싶은 사람들 시간 맞춰서. 지금 보니까 이 영화가 극장마다 다 상영하는 건 아니고, 딱 한 군데 있는데... 14시, 16시..."
"음, 일찍이네. 일 다 안끝내고 다같이 몰래 가는 거면 좋겠는데?"
이사벨이 먼저 몰래 나가자며 두 손가락으로 살금살금 나가는 시늉을 했다. 상사가 먼저 나가자고 해주니 좋은데 ㅋㅋㅋ
"프랑스어 자막이야?"
"영어 자막밖에 없다."
"이런! 우리 못 알아들으면 네가 한국어 통역해 줘야 해. 이거 무슨 뜻이야~? 하고 크게 물어볼게, 알겠지?"
"하하하하하!"
계속 찾아보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안 맞아서 어쩔 수가 없다. 예술영화, 인디영화 극장에서만 딱 한군데 상영하는데, 모두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무래도 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마리는 아무래도 영화가 보고 싶은지 주말에 둘이서만이라도 보러 가자고 한다. 주말에 상영을 할지, 안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동료와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너무 신나는 일이라 단박에 가자고 했다.
어떤 영화일지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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