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지에 지원서를 내보려고 한다. 아직 필수조건인 과학수업이 끝나지 않아서 내년에 지원하려고 했는데, 다 마치지 않아도 조건부 입학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그냥 한번 내보기라도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30대에 칼리지라니! 사실 과학공부를 하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공무원 잘 하고 있는데 괜히 도전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언제 준비해서 공부하고 졸업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다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저런 마음에 싱숭생숭하다가, 3월 1일이 원서 지원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일단 서류준비나 해볼까? 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서류 중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건 지원동기서(자기소개서)이다. 편하게 자기 인생 이야기를 쓰면 된다는데... 막막한 흰 종이 앞에 한숨이 푹푹 나온다. 그게 어떻게 편하냐구요?! 블로그를 자주 쓰니까 글쓰기는 많이 익숙해졌어도, 자기소개서는 또 마음가짐이 다르다. 이 종이로 입학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니깐 또 부담이 된다.
요며칠 퇴근하고 블로그도 쓰지 않고 자기소개서에만 매달렸다. 사실 쓰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아무래도 '떨어지면 어떡하나'싶은 걱정이 컸나 보다. 그냥 한번 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어도, 일단 쓰기 시작하니 긴장이 된다. '이러다 진짜 붙으면 어떡하지?' 나는 옛날 전래동화에 나오는 신발장수 아들, 우산장수 아들의 어머니처럼 비가 와도 걱정, 날이 맑아도 걱정이다.
이걸 쓰고 있으려니 고등학교 때 수시 지원서를 내면서 부담스럽던 마음, 대학교 입학 논술시험에서 토했던 기억, 대학원 진학하려고 알아볼 때 걱정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되돌아보니 원하던 목표는 굉장히 높았고, 그래서 실패한 경험도 꽤나 있다.
20대에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어느 교수님이 "그래도 성공한 경험이 있으면 더 잘할 텐데..."하고 안쓰럽게 말을 건넸는데, 그 말을 듣고 더 우울했던 기억도 있다.
그래도 예전과 지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엔 걱정과 우울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똑같이 걱정을 하더라도 그 불안감을 에너지로 써서 뭐 하나라도 한다는 거다! 그래서 자기소개서 작성이 어떻게든 끝났다.
다행인 건 업무 덕분에 프랑스어 글쓰기가 많이 늘었다는 것! 😊 그렇게 일이 골치아파도 다 도움이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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