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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새롭게 보면 더 아름다운 것들

by 밀리멜리 202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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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밤에는 불꽃축제가 시작한다.

 

원래 저번주 목요일이 개막일이었지만, 퀘벡 북쪽의 산불 때문에 스모그가 너무 심해 저번주는 취소되었다. 그 이후로 스모그 경보는 사라져서, 이번엔 불꽃축제가 제대로 열렸다.

 

불꽃놀이는 몬트리올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섬에 있는 라롱드 놀이공원에서 열린다. 놀이공원에서 보려면 입장권을 사야 하고, 무료로 볼 수 있는 곳 중 가장 명당은 쟈크-까르띠에 다리 위다. 불꽃놀이를 하는 날은 다리 위 교통을 아예 막고 불꽃놀이를 볼 수 있게 개방한다.

 

 

얼마 전부터 찬하고 같이 자전거 타고 불꽃놀이를 보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귀찮아졌다. 요즘 일이 많고 날이 더워서 지치기도 한 것 같다.

 

"밤에 자전거 타는 거 괜찮을까?"

"에이, 괜찮아. 가까운데 뭘."

"근데, 오늘 아침에 자전거로 출근하다가 경찰 봤어. 자전거 타는 사람 다 잡던데? 티켓 엄청 따이더라. 아마 헬멧 없는 사람 잡는 것 같았어."

"그래? 헬멧 쓰고 가면 되지."

"응, 나도 몰랐는데, 자전거 도로에서 맞은편에 오는 사람이 나보고 "이야라폴리스(경찰있어요)!!" 이러는 거야. 근데 막 엄청나게 잡더라."

"너도 티켓 따였어?"

"아니, 난 헬멧 써서 괜찮았어. 헬멧 쓰길 잘했지. 근데, 밤에는 전조등이랑 후미등 안 달고 있으면 티켓 따일 수도 있어."

"나 예전에 이어폰 꽂고 가다가 잡힌 적 있는데. 다행히 그냥 보내줬지만..."

"음, 자전거도 티켓 조심해야 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뒹굴거리자 찬이는 나중에 가도 된다고 했는데, 그래도 이왕 가기로 한 것 힘내서 출발했다.

 

 

자전거를 타고 예쁜 올드 몬트리올쪽으로 가는데, 밤에 나와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새롭다.

 

"우와, 여기 진짜 예쁘네! 꼭 파리 같아!"

"여기 이렇게 예쁜 줄 몰랐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잉? 비온다!"

"그러네...!"

"우와, 저기 번개도 친다!"

"비 많이 오려나? 돌아가야 하나?"

"음... 비온다는 소식 없었는데. 그냥 가 보자. 뭐 엄청 내리기야 하겠어?"

 

 

하늘을 보니 구름도 별로 없는데, 어디서 비가 내리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저 멀리 번개는 간간히 보인다.

 

비는 안 오는데 번개만 보이다니 🌩

 

 

"우리 다리 위로 가지 말고, 그냥 좀 멀더라도 조용한 데서 보자. 어때?"

"아... 다리 위에서 보고 싶었는데."

"나 오늘 사람 많은 곳 가기 싫어서 그래."

 

여름날 비 맞은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는 건 싫다... 그 습기 못 참아!

 

내 고집이 이겨서 결국 조용하고 예쁜 올드몬트리올 쪽에서 보기로 했다.

 

 

이쪽은 불꽃놀이 숨은 명당인데, 재작년 쯤 우연히 친구의 친구 덕분에 알게 된 장소다.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 있지만 붐비지는 않아서 보기 좋다.

 

비도 완전히 그치고 시원한 바람도 살살 불어와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 도로 옆에는 하얏트 호텔이 있는데, 호텔에 묵는 관광객들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거 보러 밴쿠버에서 왔어요!"

"와, 멀리서 오셨네요."

"불꽃놀이 패키지가 있어서 구입했는데, 와... 이쪽 아파트 사는 사람들은 좋겠네요! 집안에서 불꽃놀이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TV만 보고 불꽃 보러 창밖도 안 보네요. 하하하!"

"아마 익숙할 테니까 그렇겠죠."

 

 

불꽃놀이는 30분간 계속되었다.

 

멋지긴 한데, 어쩐지 좀 시들시들한 느낌도 든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지 몇몇 사람들은 피날레가 시작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음.. 멋있긴 한데, 뭔가 작년보다는 좀 규모가 작은 느낌이다. 왜 그렇지?"

"글쎄, 오늘 불꽃놀이는 주최국이 우크라이나긴 한데... 그래서 그럴지도 몰라."

"아, 하긴 불꽃놀이를 할 여력이 없기도 하겠어..."

 

익숙해지고 당연한 것을 경계하고,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라고 하는데...

 

그런 마음을 가지면 매일매일 해외여행 온 것처럼 즐겁다고 한다.

 

불꽃은 조금 약했지만 올드 몬트리올의 밤거리는 너무너무 예뻤다. 낮에는 와 봤는데, 밤에 온 적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새롭게 보인다. 불꽃놀이가 너무 익숙해서 팡팡 터지는 소리도 무시하고 방안에서 TV만 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도 생각나고...

 

일상을 새롭고 귀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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