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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마음이 복잡해도 금방 회복하는 법

by 밀리멜리 2023.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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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너무 일 이야기만 하는 것 같다. 민감한 이야기가 있을까 봐 업무 카테고리에 몇몇 글은 비공개로 돌렸다.

 

요새 블로그에 일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건, 일이 끝나도 한동안 일 생각을 할 정도로 좀 치여 살기 때문이다. 요즘 이사벨이 바짝 긴장해 있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서 긴장한다. 

 

"요즘 상사가 일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나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

"그거야 당연하지, 원래 비서는 상사 기분에 영향을 많이 받아."

 

탄산수와 샐러드

 

요즘 하도 정신없이 일하니까 떼아가 조금이라도 쉬라고 탄산수 한 캔을 건네준다. 역시 이 탄산수도 부회장실 접객용이지만 덕분에 얻어먹는다.

 

"정말 그런 것 같아, 어제는 진짜 큰 회의가 있었는데, 이사벨이 진행하는 회의거든. 수술실 의사, 마취과, 응급실, 산과의사, 혈액센터, 랩실, 고위 디렉터들 다 모였는데... 의사들이 엄청 화를 내더라고."

"왜?"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그래. 이번주에 수술실 사람들이 많이 그만뒀대."

 

일은 많고, 사람들은 화를 내고. 이렇게 대놓고 화를 내는 건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좀 더 긴장하고 신경쓰게 된다.

 

그렇지만 이사벨은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웃으며 친절하게 대해준다. 대단한 리더십이다. 내가 너무 힘들까 봐 내 일을 다른 비서들에게 나누어 주는 배려까지 해 준다. 이런 배려 덕분에 일이 힘들어도 어떻게든 잘 지낼 힘이 생긴다. 만약 사람들이 냉담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산책하다 발견한 예쁜 꽃

 

이렇게 바쁜 여름은 처음이다. 하지만 일 자체보다는 내가 일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시각에 기분이 더 좌우되는 것 같다. 큰일이라고 생각하면 큰일이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 게 아닌 것이 된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시간을 내서 산책을 하고, 달리기도 했다. 산책을 하고 어떻게든 휴식을 취하니 저번 주보다 더 바빠졌는데도 마음의 평화를 조금 더 얻을 수 있었다. 

 

가끔 너무 마음이 복잡하면, 빈 종이 위에 아무 글이나 써 본다. 나도 모르게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라는 질문이 종이 위에 적혔다. 다시 생각해 보니 요즘 읽고 있는 '세상 끝의 카페'라는 책에 나오는 질문이다. 재밌는 책이어서, 주말 동안 이 책의 독후감을 써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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