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택근무 날이다. 여름 이후로 계속 바빠서 출근을 해야 했었는데, 이제 좀 조용해져서 재택근무를 한다.
재택근무하는 날은 30분 좀 더 잘 수 있어서 좋다. 평소 일어나는 알람을 끄고 이불 속에 좀 더 누워있는 순간이 정말 좋다. 요새 날씨가 살짝 쌀쌀해지니 이불 속이 천국이다.
그런데 이불 속에서 답장하지 못한 이메일이 생각났다. 그 이메일은 나한테 뭘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하는 방법을 아냐고 묻는 메일인데 갑자기 불편해졌다.
이... 이게 문제다! 업무 부탁이 들어올까봐 걱정이 된다.
쓸데없는 걱정이긴 하지만. 왜 회사에서는 쓸데없는 생각이 안 나고, 집에서 쉴 때 걱정을 할까?
나디아하고도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일 끝나고 나서 집에 가도 자꾸 일 생각이 나서 힘들어."
"하하하, 나도 그래! 여기 일로 자꾸 머리를 쓰다 보니까 집에 가서도 계속 그 생각을 하는 거지. 그래서 우리 애들한테도 일 이야기를 해. 걔들은 관심도 없는데 내가 자꾸 일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래서 그애들이 너를 잘 알아.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여행 데려가달라고 했다니까."
"아하, 그랬구나."
나만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
아무튼 신기하게도, 그 불편한 마음을 '불편하다'고 말로 풀어내니 마음이 좀 정리가 된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왜 내가 그 일을 싫어하는지 알아차렸다. 이전에도 똑같은 일을 했는데, 오래 걸리고 꽤 힘든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마치고 났을 때 보상(?)이나 인정이 없어서 실망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도 인정하기 싫어서 그냥 일이 싫다고 뭉뚱그려 생각하고 불편했던 것 같다.
솔직한 마음을 인정하니 마음이 편하다.
요청이 들어오면 천천히 하면 되는 거고, 안 들어오면 즐겁게 여유를 즐기면 되는 거다.
가끔씩 블로그나 빈 종이에 뭐가 걱정인지, 내 마음이 어떤지 자유롭게 풀어써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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