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디아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다가 영화촬영하는 장면을 봤다.
여기 공원은 참 신기한 게, 걷다 보면 유명한 영화배우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나디아가 말했다.
"저기 호수 건너편에 봐! 뭐 촬영하나 봐."
"오, 정말이네!"
다만 내가 퀘벡 티비시리즈나 영화를 잘 몰라서, 배우를 봐도 배우인지 모른다.
"우리 옆에 지나가 보자!"
하고 무지 궁금하지만 관심 없는 척 옆을 걸었다.
배우가 물에 젖었는지 커다란 수건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 배우가 황당한 표정을 한 채 이런 말을 했다.
'한번 더 하라고요? 오케이, 오케이.'
하더니 '액션!!'하고 딱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촬영 시작할 때 딱! 하고 부딪히는 걸 뭐라고 하더라...?
아무튼 호수에 오리도 보고, 예쁘게 물들어가는 단풍도 보고. 공기도 시원해서 좋다.
이렇게 점심시간 걸으면 일 스트레스를 다 잊을 수 있다.
"아, 너무 좋다. 이렇게 걸으니 간호사들 스케줄 짜는 거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당연히 잊어버려야지. 쉬는 시간에는 일 생각하지 말고 쉬는 것만 생각하자. 그래야 안 지쳐."
"그래야 하는데. 요즘 나는 스케줄때문에 너무 골치아파서, 오늘 밤 꿈에도 그 스케줄 짜는 게 나올 것 같아! 그 프로그램 알지? 엄청 구식에다가 못생기고 느려 터진 프로그램. 하나하나 다 입력해야 하니까 답답해."
"아휴, 저런저런. 난 오늘 오후에 별 일 없으니까 도와줄게."
"그럼 고맙지! 이따 오후에 내 사무실에 잠깐 들러줘. 참, 어제 수영 수업 간다고 했지? 새로운 수영 안경도 샀잖아. 어땠어?"
"엄청 물 먹었지. 그래도 조금씩 배우고 있어."
수영안경은 점심시간에 잠깐 바로 앞 스포츠 가게에 들러서 산 것이다. 수경이 있으니 훨씬 눈이 편하다.
"같이 가줘서 고마워. 수경 있으니까 훨씬 편하더라. 너도 수영 좋아한댔지?"
"응, 나 바닷가 근처 마을에서 태어나서 수영 좋아해. 나도 수영 다니고 싶은데, 퇴근하고 나면 애들 돌봐야 해서 좀 힘들어. 그래서 주말에 남편이 봐줄 때 가려고 하는데, 자꾸 귀찮아서 못 가게 되고 그러네. 아, 수영하고 싶다!"
"어디 잠깐 다녀올 곳이 없으려나? 네가 수영 좋아한다고 해서, 나도 조금씩 재미를 붙였어. 주말에도 바빠?"
"하하하, 이번 주말에 비가 엄청 왔었잖아. 나 그때 팔레스타인 지지 행진에 갔었어."
"오, 이번에도 하는구나. 전쟁 때문에 사람 많이 모였을 것 같은데."
"응, 비오는데도 엄청 많더라. 나도 이런 행진에는 처음 참가해 보는데 재밌었어. 비 때문에 신발은 다 젖었지만!"
"그런데도 관심을 갖고 대단하다."
이렇게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호수공원 한 바퀴를 다 돌았다. 산책이 점점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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