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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단순노동과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젠(Zen)

by 밀리멜리 202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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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지나면 바캉스다. 

 

마리는 고맙게도 내가 오랜만에 바캉스를 간다며 3일, 2일 하고 카운트다운을 해 주었다. 

정작 상사인 이사벨은 내가 휴가를 떠나는 걸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이사벨은 오늘 휴가를 냈는데, 아침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게속 메일을 주고받는 걸 보니... 휴가가 아니지 않나 싶다. 

아무튼 오늘은 재택근무를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회의록이 밀려서 그냥 회사에서 일하기로 했다. 

나시마가 와서 열심히 봉투에다 뭘 붙이고 있다. 우편물 보내는 작업인데, 박스를 보니 꽤 양이 많은 것 같다.

"좀 도와줄게!"
"도와주려고? 그럼 고맙지."

회의록이 쓰기 싫어서 나시마를 도와주었다. 단순작업이 의외로 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게 있다. 

 

어느새 쟝도 와서 우편물 스티커 붙이는 걸 도왔다. 

"이거 하고 있으려니까 마음이 젠하고 차분해지는 것 같아."

차분해진다는 말을 '젠'이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선도, 명상, 참선, 좌선할때 그 '선'자인데, 일본에서는 젠이라고 발음한다. 그 젠이 외래어가 되어 영어권이나 프랑스어권에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는 의미로 쓰인다. 

정말 단순작업을 하니 정신이 오히려 또렷해지는 것 같다. 회의록 대신에 이거나 계속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여러가지 수다를 떨다가, 나시마에게서 한국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한국에 관심있는 사람이 정말 많아. 내 소셜 네트워크 지인 중에 북한에 엄청 빠져있는 사람이 있어. 난 이해 못하겠지만... 그래서 북한도 갔다왔대!"
"앗, 정말? 북한은 예상 못했는데? 가능한가?"
"응, 관광객으로 가면 가능해."
"참, 그렇지... 한국인은 관광객으로도 못 가거든."
"아무튼 북한에 갔는데, 세관에서 무슨 공 같은 걸 가져갔다가 걸린 거야!"
"어떻게 됐대?"
"결국 북한에 못 가고 러시아로 쫓겨났대. 그러다 나중에 다시 갔지만... 사진 보여줄까?"

나시마가 북한 여행을 간 누군가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셋이서 하니 우편작업이 무지 빨리 끝났다.

 

 쟝은 금요일인데 빨리 집에 가자며 업무시간이 안 끝났는데도 나시마에게 가도 좋다고 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가방을 챙긴 나시마!

사무실엔 나만 남았구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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