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나디아와 함께 공원을 산책했다.
"오, 저거 봐. 이제 조금씩 색깔이 보인다!"
나디아가 가리킨 나무에 조금씩 빨강 단풍잎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 이제 그 계절이 왔네."
"맞아, 어제는 우리 무슬림 축일이었거든. 맛있는 거 만들어 먹었지! 아, 딸 셋 먹이려면 진짜 정신없지만."
"오, 그랬구나. 무슨 축일이야?"
"예언가의 탄생일이라고, 마호메트의 생일이야. 큰 축제라서 여기의 크리스마스같아. 알제리에서는 전통 복장 입고, 헤나도 하고. 헤나 알아? 내가 보여줄까."
나디아가 사진을 하나 보여주었다.
"우리 애들이 해달라고 해서 그리느라 정신이 없더라고. 다행히 첫째는 자기가 알아서 혼자서 했지. 난 음식 만들고 헤나 그리고... 그래도 내일 저녁에는 축일 모임에 갈 거야. 남편이 애기들 다 봐준다고 했어."
"모처럼 즐길 수 있겠네! 모임도 있구나. 진짜 큰 축일인가 봐?"
"크리스마스처럼 며칠동안 해. 그런데 매년 바뀌어. 음력으로 하거든."
"어, 그거 재밌다. 마침 한국도 오늘 추석 시작이거든. 여기 추수감사절같은 건데, 한국에서는 제일 큰 명절이야. 우리도 전통복장 입고 맛있는거 먹고 그래. 똑같이 음력인데, 날짜가 비슷하네.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추석에 뭘 해먹어야 하나? 한국마트에 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치그치, 해마다 바뀐다니까. 한국에선 어떻게 축하해? 길거리에서 하나? 아님 집에서?"
"보통 집에서 가족 만나러 가고 그러지. 모여서 맛있는 거 먹고. 나도 전통복장 한복 보여줄게."
"와, 너무너무 예쁘다. 고마워, 보여줘서. 날짜가 비슷하고 음력이라서 신기하네!"
"나도 음력이라서 자꾸 까먹는데, 한국 뉴스 보고 알게 돼. 그런데 뉴스에는 안 좋은 소식이 많아서... 예를들어 차가 엄청나게 막힌다든지, 사과 한 알이 10달러가 넘는다든지, 그런거."
"맞아, 알제리도 그래. 그나마 발전한 국가라지만... 캐나다에선 그래도 먹고 사는 건 문제 없잖아? 집값이 비싸서 그건 힘들지만 밥을 못먹는 일은 없잖아. 알제리는 요즘 통화가치가 너무 떨어져서 힘들어. 중산층이어도 밥을 제대로 못 먹을 지경이라니까."
나디아도 나도 요즘 일이 많은데, 그래도 함께 산책을 하니 좋다.
가을이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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