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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시시콜콜한 수다와 인간관계

by 밀리멜리 2023.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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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동료 떼아가 너무 힘들어하고 피곤해한다. 최근 들어 업무가 막 들이닥치고, 그것보다 더 힘든 건 사람들의 무례함이란다.

그건 정말 공감한다. 일 때문에 지쳐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을 얻으면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런데 사람에게 지치면 정말 힘들어지는 것 같다.

오늘 산책


"분명 그 사람이 내 이름을 알거든?! 이전엔 내 이름 부르면서 고맙다고까지 말했단 말야. 근데 어제는 정말 기분나쁜 표정으로 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고는 무시하고 화장실 가더라고."
"진짜?"
"진짜 못됐어! jerk야."
"그 사람이 화장실이 너무 급했던 거 아닐까? 똥마려워서!"
"아닐거야. 그 표정이 정말... 휴, 정말 너무너무 피곤하다."
"너, 요즘에 무지 피곤해 하는 것 같아. 특히 작년에 코로나 앓고 나서 매일매일 피곤하다고 하는 거 알아? 그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음... 정말 그런 것 같아."

떼아는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입원하고, 합병증이 생겨서 3개월 넘게 휴직을 한 적이 있다. 

"어제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봐."
"왜 못 잤어?"
"여러 생각이 나더라고... 어제는 페이스북에서 지인의 지인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아무래도 인신매매로 팔려간 것 같아."
"뭐? 그럼 경찰은 뭐하고?"
"경찰도 어쩔 수 없어. 부모님이 없어서 정부에서 보호하고 있던 열일곱살짜리 아이인데, 외진 지역에 사는 아이라 별 관심이 없어. 아마 서쪽에 사는 부잣집 애였다면 바로 경찰이 나섰을걸."
"아, 갑자기 좀 슬퍼진다..."

내가 이곳 현지 뉴스를 안 봐서 그렇지,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지만 세상 힘든 일을 다 짊어지고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하고,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라고 말하면서도 나도 그게 쉽게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쉬는 시간에 떼아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여기서 일하며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하고 새삼스러운 생각을 한다. 정말 잠깐이지만 이런 시시콜콜한 수다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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