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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회식과 이야기

by 밀리멜리 2023.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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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회식이 있었다. 이번 회식은 프랑스가 승진한 기념으로 열렸다. 

 

그것도 무려 임원으로 승진이다.

 


프랑스는 이번에 스코틀랜드로 2주동안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돌아오면 억대 연봉의 임원이 된다! 프랑스의 승진을 옆에서 보니 이렇게 기회가 열려 있다는 사실이 새삼 또 새롭게 다가온다. 

회식장소는 회사 옆 어느 바였는데, 우리 중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반이나 되었다. 

"뭐 먹을꺼야?"
"나는 포도 들어간 무알콜 음료수. 너는?"
"하하, 나도 그거 먹을래."
"나는 토마토 주스 들어간 무알콜 칵테일."

나시마와 나, 그리고 마리, 이렇게 셋은 무알콜 음료를 마셨다. 나는 원래 알콜을 못 먹고, 나시마는 종교 때문에 먹지 않고, 마리는 임신중이다. 마리의 배가 제법 나왔다. 두 달 반만 지나면 마리는 출산휴가를 떠날 것이다. 

 

"축하해, 프랑스! 찡!"

 

한국에서 회식 때 짠~ 하듯이 여기서는 찡~이라고 한다.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를 표현한 것 같다.

마리의 음료수는 토마토 주스가 들어간 칵테일에, 유리잔 주변에는 여러 양념이 묻어 있었다.

 


"소영, 이거 먹어볼래? 내가 좋아하는 거야."
"오, 그래도 돼? 한 입만 먹어볼게."
"하하, 조심해. 좀 매울지도 몰라."

마리가 준 잔을 한 모금 마셔보니, 음료는 토마토 주스 맛인데 주변에 뿌려진 양념에서 꼭 신라면 수프 맛이 났다.

"어때? 맵지 않아?"
"오... 여러 맛이 느껴진다. 신기해!"

라면 수프 맛이라고 설명하려다가, 동료들은 어차피 한국 라면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 라면수프가 뭔지 모르겠지, 해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참, 라면 수프를 어떻게 프랑스어로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수프라고 하면 떠먹는 수프라고 알 텐데. 인스턴트 라면 매운 가루라고 설명해야 하나...? 근데 먹어본 일이 없으면 설명해도 모를 것 같다.

"와! 매운 거 먹었다고 우리 딸이 막 배 안에서 움직이는 게 느껴지네."
"엇, 잠깐. 딸이야? 우린 몰랐어!"
"나도!"
"아, 그러네. 내가 성별 밝히기 파티를 안 했지, 참. 딸이야!"
"와, 축하해. 혹시 이름은 생각해 놨어?"
"글쎄, 아직. 샤를리로 할까?"

마리가 프랑스에게 찡긋하며 물었다. 샤를리는 사실 프랑스의 막내아들 이름이다. 

"내 친구 중에 샬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애가 있는데."
"아, 샬린도 비슷하네. 하하, 하지만 샤를리로 하진 않을 거야. 농담이야."

마리의 아기 이름이 뭘지 궁금해진다.

회식은 언제나 그렇듯이(?) 시끄럽고 다들 빠르게 말해서 대부분 또 알아듣지 못했다. 못알아들으니 할 말도 없어서 그냥 잠자코 듣고 있는 시간이다.

 

그렇지만 친절한 마리가 또 나에게 중간중간씩 설명해준다. 회식자리에서는 가끔 야한 말들이 나오는데, 나는 그런 속어를 하나도 모르니 마리가 재빨리 설명해준다.

"저쪽 거리에 무슨 가게가 생겼는데, 가게 이름이 스내치야."
"아하하하하하! 그거 참 나빴다."
"스내치는 여자 생식기 부분을 말해."
"으엑? 정말?"
"하하하하하하!"

내가 뒤늦게 반응하자 또 한번 웃음이 터졌다.

여전히 알아듣기 힘든 회식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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