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성적이었는데 몬트리올로 이민 오고 나서 참 많이 변했다. 이게 생존본능인가?
사람들에게 말도 잘 못 걸고,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편이다. 동료들과의 대화에서는 좀 서먹서먹하고, 잠자코 듣고 있는 일이 많았다. 이걸 물어도 될까 말까, 대화에 끼어도 될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몬트리올로 이사하고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말 붙이는 연습을 시작했다. 특히 찬이가 사람들을 잘 이끌고, 파워외향인이라서 조금씩 말 붙이는 연습을 시작했다. 옆에서 조금씩 보고 배우니, 모르는 사람과도 짧게나마 인사 나누는 게 좋다는 걸 깨달았다.
여전히 뭔가 설명하려면 버벅대고, 상대방과 서로 못 알아듣는 사태가 발생하긴 하지만, 말을 할 때 조금 편해졌다는 게 제일 큰 변화다.
오늘은 새로 온 동료 비서인 나디아에게 같이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다. 나디아는 활발하고 말이 많아서 그냥 듣고만 있어도 편하다.
대화에 참여하고 소통하는 느낌이 좋아졌다.
오후에는 이사벨에게 전시회가 어땠냐고 물으며 말을 걸었다.
"저번에 뱅크시 전시회 간다고 했잖아요. 가봤더니 어때요?"
"아, 맞아! 음, 그냥 그랬어. 가니까 그림보다 글자가 더 많더라고! 뭐 논문 읽는 줄 알았다니까? 그림은 별로 없어서 그냥 그랬어. 하긴, 원래 뱅크시가 벽화 화가니까 그림이 많이 없는 건 이해하지만. 그런데 저번에 티켓 비싸냐고 물어봤잖아? 찾아보니까 별로 안 비싸더라고. 15달러 정도. 그러니까 뭐 전시회가 그냥 그저 그래도 괜찮았어."
"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네요."
여기까지 듣고 난 뒤 또 할 말이 없어졌지만, 이 정도로 대화가 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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