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는 이번주 말에 출산휴가를 낸다. 출산이 임박했다. 2주일 뒤면 예정일이다. 마리와 함께 걷다 보면 사람들이 곧잘 마리에게 말을 거는데...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축하해요!"
"언제가 예정일이에요?"
언제 출산이냐고 물으면, 마리가 "2주 뒤에요." 하고 말한다. 그 대답에 다들 놀란다.
"다다음주에 출산이라고요? 세상에, 안 그래 보이는데!"
마리는 배가 나오긴 했지만 그 외에는 전혀 임신한 티가 나지 않는다. 출퇴근할 때도 걷거나 자전거, 버스를 타고, 꼬박꼬박 밖에서 하는 파업에도 참여하고, 수영수업도 빠진 적이 없다.
마리와 함께 등록한 수영 초보반 수업이 이제 끝이 났다. 나는 마지막까지도 수업에 가기 싫고 귀찮았지만, 마리는 매번 수영수업을 기다려왔다.
"마지막 수업이라니 가슴이 아프다. 그치?"
"음, 난 이제 끝이라니 좋은데."
"하하, 나만 그런가?"
"그래도 너랑 함께 하는 마지막 수업이니까 그건 싫다."
수영 초보반 마지막 수업, 처음으로 레인을 돌았는데, 네 바퀴 돌고 나니 나는 지쳐서 그냥 둥둥 떠다녔다. 뒤따라 오던 마리가 나를 금방 따라잡더니 "힘내!" 하고 나를 끌어주었다. 마리에게 붙들려 가면서 좀 부끄러웠다. 내 체력 이정도야? ㅠㅠ
아니 임산부가 나보다 체력이 더 좋아... 나름 나도 조깅하고 자전거타고 출퇴근했는데. 마리는 수영도 잘 하고 체력도 좋다.
마지막 수업에는 강사의 짧은 메시지가 있었다.
쪽지를 받고 나니 진짜 끝났네!
"아, 우리 정말 잘했어, 한번도 안 빠지고 끝까지 다 다녔다!"
"브라보~!"
"지금 느끼는 기분을 말하고 싶은데, 프랑스어에는 그 말이 없어. 아쉬워."
'아쉬워'를 한국말로 말했는데, 역시 마리는 못알아듣는다.
"난 못 알아듣지. 확실히 언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게 있어."
"그게, 설명하자면 있었던 게 없어질 때의 느낌인데... 아! 모르겠다!"
"아픔, 추모... 뭐 그런거?"
"추모는 좀 너무 센 단어긴 한데."
"프랑스어로 추모는 죽음에만 쓰지 않아. 활동하다가 안 하는 거에도 쓸 수 있어."
"아하! 그렇구나."
마리는 이렇게 항상 나를 도와준다. 내가 못 알아듣는 것 같으면 묻기도 전에 설명을 해 주고 자세히 알려주기도 한다.
"다음주면 육아휴직이네! 언제쯤 복직할 생각이야?"
"아마 9월쯤. 더 있을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그래."
"이렇게 오래 쉬어본 적 있어?"
"아, 정말 그러네! 처음이야. 나 14살부터 일하기 시작했는데 한 번도 오래 쉰 적이 없어."
"14살부터 일했다고?"
"응, 학교다니면서 주말에 알바했지. 그리고 학교 끝나고 풀타임으로 일하니까 더 휴식시간이 생기더라, 주말에 쉬니까."
"우와... 진짜 대단하다."
정말 감탄했다. 14살부터 일을 시작해서 한 번도 쉬지 않다니...
정말 보고싶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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