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미국 가는 비행기 - 공항은 출발 3시간 전에

by 밀리멜리 2023. 12. 22.

반응형

마이애미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이전에 공항에 얼마나 일찍 도착해야 하나? 라는 글에서 출발 2시간 전이라고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미국 가는 비행기는 예외다! 넉넉히 3시간 반을 잡아야 한다.

우리는 2시간 반 전에 도착했는데 비행기를 놓쳤다.

짐부치고 시큐리티 체크하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관 통과하는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사람들이 불만스럽게 항의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세시간 전에 왔는데 아직도 기다리고 있잖아요! 정상이 아니잖아요!"

시큐리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항의하는 사람을 무시하며 말했다.

"미국여권 있는 사람만 빠른 줄 서세요! 다른 여권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습니다. 모두 다 늦었어요!"

세관에서만 1시간 50분을 기다렸고,  우리 차례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조여왔다. 결국 탑승시간이 됐는데도 아직 줄이 한참 남아서 어쩔 수 없이 앞사람에게 양보해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탑승시간이 다 됐는데 양보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세요."

고마우신 분께 양보를 받았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알고보니 미국인을 위한 세관은 여러 개인데,  외국인을 위한 세관원은 세 사람밖에 없었다. 셋이서 몇백명이나 되는 승객을 담당하니 2시간 이상 걸리는 게 당연했다.


우리 차례가 왔고 세관원은 지문체크를 하며 "이거 끝나면 바로 게이트로 달려요."라고 말했다. 난 여권을 받자마자 부리나케 달렸고 내 인생 가장 쫄리는(?) 순간 중 하나였다.

게이트에 사람이 꽤 몰려있어서 아직 탈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어떤 여자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앗... 이게 아닌데...

"비행기 떠났어요?"
"탑승 끝났어요."

앗!!!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다리에 힘이 풀렸다.

어떡해? 새로 티켓 사야 하나?

항공사 직원이 따라오라고 말했다.

"표랑 여권 주세요. 마이애미 가시죠?  짐은 없나요?"

하더니 3분만에 새 티켓을 끊어주었다.

"자,  다 잘 되었어요. 한시간 후 출발하니 늦지 마세요."

손에 새 티켓을 들고 보니 직항이었다. 오잉? 원래 티켓보다 더 빨리 도착이다.

와, 잘 됐네?


비행기를 탑승하는 순간까지도 멍했지만 어쨌든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우리처럼 원래 비행기를 놓친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중에는 아까 게이트에서 봤던 눈물이 글썽글썽하던 여자도 있어서 대화를 나눴다.

"비행기 티켓 잘 받았죠? 마이애미 가세요?"
"네. 그런데 저는 워싱턴에서 8시간 경유,  그리고 마이애미가 아니라 그 옆도시에서 내려요. 거기서 우버 기사를 불러준대요."
"저런!"

우리처럼 직항 티켓을 모두 받는 건 아니었나 보다. 경유하고 차를 타다니 피곤하겠다.

"어휴, 8시간 경유에다 피곤하겠어요.  휴가 가는 거예요?"

"네,  다행히 출장은 아니고 휴가예요. 로망이라고 해요. 프랑스 사람이고,  몬트리올에서 일하는데 여기 겨울은 진짜 혹독하네요. 크루즈를 예약해 놨는데..."
"크루즈라니 멋지네요!"

로망이라는 여자는 3D 애니매이터라고 한다. 이쪽은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참 수다를 떨다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 행운을 빌어주고 헤어졌다.



비행기를 잘 탔다.  세시간만에 마이애미에 도착했고,  사실 어떻게 탄 건지 아직도 혼란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휴가의 출발이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