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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수영하고 나면 밥 두그릇 먹는다

by 밀리멜리 202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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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영장은 수업시간마다 코치가 다른 사람이 온다. 어째서...? 

 

한 강사가 한 반을 계속 가르치는 게 좋지 않나? 아니면 수영은 어차피 연습이니까 상관없나?

 


수영장에는 항상 안경을 벗고 간다. 나는 안경 없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아직도 수영을 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백인들이 대부분이고 아프리카 계 여자가 하나 있다는 것 빼고는...  모두가 덩어리로 보인다. 

코치가 바뀌었다는 것도 겨우 목소리로 알 뿐이다. 

 

이번 코치가 주는 조언은 이렇다.

"배와 엉덩이에 힘을 빡! 주고 근육을 수축하세요! 앞을 똑바로 보고 균형을 잘 잡으세요." 

하고 25미터 레인을 10바퀴 돌렸다. 균형이고 힘주는 거고 다 모르겠고 나는 숨 쉬는 게 아직도 너무 힘들다.

25미터 10바퀴라니... 그냥은 못 한다. 중간중간 킥판과 다리 사이에 끼는 스펀지를 가지고 돌았더니 그나마 좀 할 만 하다. 

"이 다리 사이에 끼는 스펀지 이름이 뭐라고요?"
"풀 보이!"
"엥? 풀 보이? 왜 풀 보이일까..."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pull boy가 아니라 pull buoy였다. 수영할 때 뜨는 데 도움을 주는 물건이다.

아무튼 풀 보이를 끼면 다리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팔의 힘만으로 나아가야 한다. 팔에 얼큰하게 근육통이 온다.

 



숨이 턱까지 차고 무지 힘들지만 '이거 끝나는 순간... 오늘 밥 두 그릇 먹는다'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레인을 돈다. 신기하게도 일단 돌다 보면 한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체력은 무척 좋아진 것 같은데, 살은 빠진 것 같진 않다. 너무 배고파서 계속 더 먹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많이 먹어도 아랫배는 평평하고 허벅지나 윗팔에 살이 더 붙어서 더 균형잡힌 몸이 되어가는 것 같긴 하다. 잘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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