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온도가 영하로 내려갔다.
아니, 왜 아직도 이렇게 추운 거야?
나는 두꺼운 목도리와 패딩을 입고 나디아와 점심 산책을 했다.
"아니, 진짜 춥다. 패딩은 다 정리해서 옷장에 넣어두려고 했는데 말이지. 게을러서 안 했는데 오히려 잘 됐어."
그래도 날씨 예보를 보면 오늘이 마지막 추위인 것 같다.
"나도 패딩 세탁해서 넣으려고 했는데, 겨울옷 정리는 공간 찾는 게 문제야."
"맞아, 어디다 넣어야 할 지 모르겠다."
"수비드 가방에 넣어서 보관해, 그럼 돼."
"어... 수비드 가방이 뭐야? 진공청소기로 이렇게 쭉 빨아들여서 압축시키는 비닐팩 같은 거?"
"맞아, 맞아! 내가 말한 게 그거야."
수비드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구나.
요리에만 수비드가 쓰이는 줄 알았다. Sous-vide는 진공된 팩을 뜻한다고 한다.
화단에도 누가 꽃을 심어 놓았다.
얘네도 밖에 나왔는데 온도가 영하일 줄 상상이나 했겠어.
그래도 예쁘다!!
꽃을 보니까 마음이 좀 편해진다.
공놀이 하는 청년.
나디아의 둘째딸 아이다가 오늘은 아파서 집에 있단다. 산책하며 나디아는 둘째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랍어라서 하나도 못알아듣었지만, 우리 아기, 하비비 하며 사랑스럽게 달래는 걸 알 수 있었다.
"응, 지금 친구랑 걷고 있어. (나에게) 지금 아이다가 너랑 인사하고 싶다는데?"
나디아가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정말? 봉주, 아이다, 몸은 좀 괜찮아?"
"봉주! 응, 괜찮아요."
아이다는 살짝 감기걸린 목소리로 인사했다.
아이다는 내가 한국사람이라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전에는 아이다가 예쁜 팔찌를 만들어주기도 했고... 마음이 참 착한 아이다.
"그래, 이제 만족해? 그래그래, 쉬고 있어. 아빠 바꿔줘."
나디아는 딸과 반은 아랍어로, 반은 프랑스어로 대화했다.
"아이다가 열이 나서 오늘은 학교 안 보냈어. 그래도 아빠가 재택하고 반차 내서 봐주고 있어."
"다행이네."
"막내가 둘째 안 가는거 보고, 자기도 안 나가겠다고 떼쓰는 거야. 그래서 둘째는 커다란 주사 맞아야 한다고 겁을 줬더니 얌전히 어린이집 가더라고."
"그래서 결국은 어린이집 잘 갔네."
"어휴, 그래서 월요일 아침은 정말 바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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