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나는 도시락을 싸왔는데 나디아는 샐러드만 조금 먹고 만다.
"음식 해서 우리 애들 다 싸주고, 나는 먹을 게 없어."
"에고, 그랬구나."
"오늘은 달달하고 시원한 게 먹고 싶은데, 우리 디저트로 크렘 글라쎄 사먹을까?"
"좋지. 근데 파는 데 있나? 공원 옆은 늦게 열잖아."
크렘 글라쎄는 아이스크림의 프랑스어 표현이다.
몬트리올에는 곳곳에 여름에만 오픈하는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있다.
보스가 얼마 전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공원 건너 아이스크림 가게로 같이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뭐야, 오후 2시부터 연대!"
"이렇게 더운데 장사를 안 한다고?"
우리는 점심시간에만 나오니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
그리고 나디아가 오늘 또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아보자고 하는 거다.
"맥도날드 갈래? 난 거기 크렘 글라쎄 좋던데."
"오, 맞아. 근처에 있지?"
그러나 맥도날드에서는 아이스크림 머신을 들여오지 않았단다.
"아, 실망이다. 맥도날드에 아이스크림 기계가 없다니."
"생드니 번화가 쪽으로 가면 꼭 뭐가 있을 거야! 거기 빵집도 있잖아."
"아직 시간 있으니까 거기로 가볼까?"
우리는 10분쯤 걸어가야 나오는 번화가로 갔다.
펍이랑 바, 카페가 많은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낮에는 거의 문을 안 연다.
카페나 와플가게도 들러봤는데, 아이스크림만 따로 팔지는 않는다.
그냥 별 수 없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1시간 후, 나디아가 어디선가 케이크 한 조각이랑 아이스크림 두 스쿱을 들고 들어왔다.
"소영!! 이거 나눠먹자!"
"우와, 이게 뭔 일이야? 맛있게 생겼다!"
"응, 간호사 한 명이 생일이어서 파티 갔다가 받아가지고 왔지."
"오! 너무 고마워."
너무 반갑게 먹느라 사진을 깜박하고 못 찍었다.
케이크는 수제로 만든 산딸기 케이크였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초콜릿과 베리가 섞인 거였다. 베스킨라빈스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맛이 났다.
"와, 케이크도 맛있는데 이 아이스크림 너무 맛있다. 이거 뭐야?"
"글쎄, 하겐다즈라는데?"
"그래?! 하겐다즈에서 이런 걸 판다고?"
"케이크에 얹어 먹어봐. 무슨 맛인지 궁금하면 병동 휴게실에 냉장고 가봐. 아직 있을거야."
"하하... 그건 또 좀 부끄럽네."
우리는 아이스크림과 케익 반조각을 금방 해치웠다.
"하하하, 우리 오늘 밖에서 계속 아이스크림 찾아다녔는데, 이렇게 그냥 들어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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