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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620만 달러짜리 바나나와 예술의 조건 –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 토론

by 밀리멜리 2025. 5. 5.

예술은 왜 정말 말도 안되는 것 같을까?

 

이번 철학토론 모임의 주제다.

 

나는 좀 늦게 도착했다.

 

자리가 어수선할 때를 틈타 얼른 과자를 집어왔다. 

 

과자를 오독오독 씹으며 오늘 주제 설명을 들었다.

 

 

오늘 주제는 아름다움.

 

칠판에 소주제가 적혀 있다.

 

맥락이 다르면 예술도 달라지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예술을 감상할 수 없나?

디지털 미디어는 예술을 어떻게 바꾸는가?

 

 

그리고 사회자인 테일러가 바나나를 떡하니 회색 덕테이프로 붙여놓았다.

 

"이 바나나 붙여놓은 게 예술 작품이라고 620만 달러에 팔린 거 아세요? 혹시 이 자리에도 큰 돈을 내고 이 바나나 작품을 사실 분은 환영합니다!"

 

이 바나나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다. 620만 달러짜리 예술이다?

 

사람들이 다들 웃었다.

 

그리고 칠판에 적어놨던 주제와는 상관없이 다들 바나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바나나가 말이죠, 저렇게 붙여놓으면 예술 작품이 되니까요... 마르셸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도 그렇지 않나요?"

"그게 무슨 작품이죠?"

"변기 말이에요, 변기."

 

마르셀 뒤샹, 샘 (Marcel Duchamp, Fountain)

 

그때 사회자가 갈색 바나나 하나를 더 꺼내서 붙였다.

 

"이건 오늘을 전시를 위해 몇주동안 준비한 겁니다. 역시 사실 마음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세요."

 

하니 모두 웃었다.

 

그리고 다다이즘 같은 예술사조 이야기도 나왔고, 모두 마케팅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나도 한 마디 꺼냈다.

 

"아름다움이라고 하니까 추함을 생각하게 되네요. 저는 아름다움을 인식한다는 것은 바로 추함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바나나가 두 개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하나는 예쁘고 노란 바나나이고, 하나는 갈변한 추한 바나나죠. 그런데 바나나가 하나 있을 때는 바나나가 예쁘다는 생각을 못 했거든요. 아름다움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걸 일깨운다고 생각합니다."

 

 

토론이 모두 끝나고 피자 한 조각과 음료를 마시며 노래방이 열렸다.

 

나도 셀마와 함께 콜드플레이의 Hymn for the weekend를 불렀다.

 

셀마와 친구가 되어서 좋았다. 이렇게 노래 불러본 적이 언제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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