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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토론에서 나온 스몰토크: 정신건강, 창작 그리고 여행

by 밀리멜리 2025. 4. 28.

창작은 미친 짓일까?

 

몬트리올의 철학 토론 모임에 다녀왔다. 벌써 세 번째. 처음엔 낯설고 긴장했지만 이제는 인사도 자연스러워졌다.

 

"이름이 뭐예요? 아, 저번에 만났는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미안해요!"

"처음 오신 거예요? 긴장되죠? 저는 처음에 엄청 떨었어요."

 

스몰토크가 서툴러서 고민이었는데, 자꾸 던지다 보니 이제 감이 잡힌다. 상대방이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느새 대화는 자연스럽게 풀린다. 

 

오늘 주제는 Toxicity. 사회를 보는 테일러가 투표를 해서 최종 주제는 '정신건강의 산업화'가 되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스트레스를 키우는가? 아니면 싸우는가?

 

 루이종은 분노에 차서 말했다.

 

"정신건강 서비스? 완전 Fxxed up이죠! 비싸고, 공공서비스 받으려면 몇 달, 길면 몇 년 기다려야 해요. 진짜 최악이에요!"

 

Fxxed up! 이 말을 네 번이나 반복했다.

 

욕이었지만 왠지 더 편안해졌다. 너무 딱딱한 토론보다 이런 솔직함이 오히려 이야기하기 좋다.

 

 

나는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런 이야기를 봤어요. 과학자들이 그림이나 글쓰기, 음악 같은 창작에 깊이 몰입한 사람의 뇌를 스캔했더니,  조현병 환자의 뇌와 같은 영역이 활성화됐다는 거예요. 창작자라고 해서 조현병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뭔가 '미쳐버리는'느낌은 있는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했더니 사람들이 몰입하는 게 느껴졌다.

 

"그럼 무엇이 정신병을 정의하는 걸까요? 여러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회에서 잘 생활할 수 있느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느냐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깊은 몰입 상태에서 스스로 빠져나올수 있는가 없는가, 조절능력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발언하고 난 후 몇몇 사람들이 내가 꺼낸 창작과 조현병 이야기를 인용해서 토론을 이어갔다.

 

속으로 좀 뿌듯했다.

 

 

어느 한 참석자는 토론을 들으면서 즉석으로 시를 지었다.

 

그 시가 너무 좋아서 텟사가 사진 찍어달라고 요청했고, 나도 사진찍은 걸 보내달라고 부탁했는데, 알고보니 텟사의 전화번호가 없었다! 다음에 꼭 알려달라고 해야지...

 

그리고 내 옆자리에는 처음 온 사람이 있었는데, 긴장된다며 내게 말을 걸었다.

"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려니까 좀 긴장된다."
"근데 네가 '무엇이 정상이냐'라는 이야기를 했지? 사람들이 네 이야기를 좋아했어."
"그치? 나도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 오늘은 너무 긴장되어서 일찍 가봐야겠어. 너 다음에 올 거지?"

 

다음주는 드레스코드를 맞춰서 입고 파티가 열린다고 한다.

 

여행 이야기도 나눴다.

"아, 넌 여행을 좋아하는구나. 너 유럽이나 미국 말고 다른 데 여행해 본 적 있어?"
"아니, 없어."
"한번 해 봐. 특히 언어를 하나도 모르고 말도 안 통하는 곳을 가 보는 건 어때?"
"글쎄, 좀 무서운걸."
"맞아, 무섭지. 아마 문제가 엄청나게 많이 생길 걸. 그래도 재밌잖아. 이런 말을 들었어. '여행에서 시작된 모든 문제는 여행과 함께 끝난다.'"
"아, 그거 진짜 좋은 말인데."

 

다음에는 좀 더 사진을 많이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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